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약 70개를 포함해 총 200여 개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중심의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성장 정체에 직면한 제네릭 사업을 대체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에만 바이오시밀러 기업 인수 소식이 두건이 발표됐다.

먼저 미국 대형 제네릭 회사인 암닐 파마슈티컬스가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 카시브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11억달러(1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도 최대 제약사 선파마는 미국 오가논을 117억5000만달러(약 17조원)에 사들인다고 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암닐은 기존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오시밀러를 핵심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카시브 인수를 통해 개발부터 생산까지 통합 역량과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확장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선파마도 오가논 인수를 통해 여성 건강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동시에 강화하며 글로벌 톱티어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인도 제약사 선파마 경영진이 2026년 4월 27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오가논 인수를 공식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대표 주자로는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산도즈 등이 꼽힌다. 새로운 후발 기업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제약 산업 구조와 제도환경 변화 영향이 있다.

우선, 글로벌 시장을 독식해 온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권이 대거 해제되는 '제2의 특허 절벽' 구간에 진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0년 사이에만 연간 매출 합산액이 약 2000억달러(약 295조원)에 달하는 의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실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스텔라라'는 2023년 미국 특허 만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시작됐다. 연 매출 25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세계 최대 매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도 2028년 한국과 미국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경쟁 열기가 뜨겁다.

리처드 세이너 산도즈 CEO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향후 10년 내 6000억 달러가 훨씬 넘는 의약품이 독점권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례없는 기회가 될 황금의 1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리서치(Straits Research)는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2033년 121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이철원

각국 정부의 강력한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도 기업들의 이런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 고령화로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자,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는 오리지널 약 대비 30~50% 이상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의료 재정 부담 완화의 핵심 열쇠로 삼았다.

각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있고, 규제 환경 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정부가 직접 약가 협상에 나서는 한편, 바이오시밀러 처방 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인센티브(가산금)를 기존 대비 인상하는 등 당근책을 내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중심으로 임상 요건이 간소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은 기존 약 7년에서 5년 수준으로 단축되고, 비용 역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유럽은 2025년 말 합의된 '유럽 약사법 개정안(Pharma Package)'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데이터 독점 기간을 단축하고, 특허 만료와 동시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보라 예외(Bolar Exemption)'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 식약처는 4월 신약,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등의 신속한 허가와 심사 지원을 위해 공무원을 새로 임용하고 임용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바이오시밀러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제네릭은 화학식만 알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어 한 품목당 수십, 수백 개의 기업이 난립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극심한 가격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공정 특성상 고난도 배양 기술과 대규모 설비 투자, 대규모 임상시험이 요구되기 때문에 초기 진입이 가능한 기업이 제한적이다. 즉, 출혈 경쟁을 벌이는 제네릭 시장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풍부하면 시장을 과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잇단 M&A가 바이오시밀러 시장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늘면서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는 한편, 오히려 소수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빅 플레이어 중심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기술 경쟁뿐 아니라 대규모 생산 설비를 통한 원가 절감,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영업력이 중요하다"며 "향후 기업별 규모의 경제와 사업 가속화 전략에 따라 글로벌 시장 점유 구도가 바뀔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후발 주자가 혁신적인 공정 개선으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지 않는 한 이미 견고한 데이터와 공급망을 확보한 상위 3~5개 기업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