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협력·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국내 최대 바이오헬스 행사인 '바이오 코리아'가 올해는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잇단 불참 속에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최 측은 전시 규모 확대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작 핵심 플레이어들의 존재감이 약해지며 행사 정체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과 충청북도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지난달 28~30일 사흘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혁신과 돌파, 더 나은 미래로'를 주제로 열렸다.
올해 21회를 맞았지만 외형과 참여도 모두 지난해보다 위축된 흐름이 뚜렷했다. 복지부 산하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임에도 개막 당일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현장을 찾지 않았다.
실제 전시 부스는 지난해 429개(323개사)에서 올해 364개(299개사)로 줄었다. 특히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셀트리온(068270), 대웅제약(06962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LG화학(051910), 보령(003850) 등이 대거 참여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유한양행(000100)과 에스티팜(237690)만 대형 부스를 차렸고, 종근당(185750), GC녹십자(006280) 등은 소규모 형태로 참여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는 존슨앤드존슨(J&J)이 존재감을 드러냈고, 노보 노디스크, 머크(MSD), 일라이 릴리, 로슈, 다케다제약 등 지난해에 참여했던 글로벌 기업들도 올해는 별도 부스를 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빠진 점은 행사 위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USA 같은 글로벌 행사와 비교했을 때 기업들이 체감하는 비즈니스 성과가 충분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해외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 삼성과 셀트리온이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바이오 코리아를 여러 번 참석했지만 점점 규모도, 사람도 줄어드는 느낌"이라며 "최근 다녀온 AACR(미국암연구학회)은 기업과 연구자들이 함께 움직이며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이곳은 그런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처럼 기업들이 함께 협업하며 한국을 알리는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다만 상당수는 정부 초청 형태로 참여해 '비즈니스 장'보다는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실제 J&J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제이랩스(JLABS)'를 통해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연구개발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조했고,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AI 기반 신약개발 전략과 '코리아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행사 기획과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빠진 이유는 결국 니즈(수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초청 기업들이 내세우는 오픈이노베이션도 실제로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만나는 바이오텍들과 사업 단계나 역할이 달라 맞물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획과 모객이 필요한데, 지금은 정부 주도의 공급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 초청이나 서비스 제공 기업 중심으로 채워지는 구조라면 한계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주최 측은 변화의 방향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올해는 대형 제약사 대신 중견은 물론 벤처·스타트업 공동관이 확대됐고, 글로벌 협력 수요를 반영한 파트너링 부스도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128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