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메디포스트(078160)가 다음 달 13일, 일본에서 진행한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 임상시험 3상 결과를 공개한다. 국내에서 상용화된지 10년이 넘은 카티스템의 해외 시장 확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라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 일본 임상 3상은 지난해 11월에 종료해 임상 3상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이를 토대로 올해 말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했다. 올해 상반기 중 첫 환자 등록(First Patient In, FPI)을 목표로 임상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는 2031년 미국 내 품목허가를 획득해 출시를 추진하는 게 목표다.

◇불모지 개척한 1세대 바이오…'제대혈 치료제' 세계 첫 승인

양윤선 메디포스트 이사회 의장/조선비즈

메디포스트는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 양윤선 전 대표가 2000년에 창업한 국내 1세대 바이오 기업이다. 그는 2000년 삼성서울병원을 나와 제대혈(臍帶血·탯줄혈액)을 보관하고 나중에 병에 걸리면 여기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골수처럼 몸에 이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의사들 사이에 제대혈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분만 과정에서 탯줄은 의료 폐기물로 버려졌다.

회사는 제대혈은행 브랜드 '셀트리'를 통해 시장을 개척해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회사의 사업 구조는 크게 △제대혈은행 △줄기세포 치료제 △건강기능식품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제대혈 사업 부문 매출이 415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736억5600만원)의 약 56%를 차지했다.

제대혈은행 사업은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R&D를 지탱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 동종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해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성공했다.

다만 성장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2012년 카티스템 허가 직후 경영진이 지분을 매도해 논란이 불거졌다. 2015년엔 일부 시민단체가 제대혈 효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회사 본사가 압수수색을 받는 등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으나 무혐의로 결론 났고, 치료제의 의학적 가치는 임상과 상업화를 통해 입증됐다.

◇2022년 PE 체제로 전환…스카이레이크·크레센도 공동 지배

메디포스트는 2022년을 기점으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당시 사모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약 14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스카이레이크 측 투자목적회사(SPC)인 '스카이메디 유한회사'(22.28%)이고, 크레센도 측 '마블2022홀딩스'(20.91%)가 2대 주주다. 양측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약 47.2%로 공동 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PE와 글로벌 PE가 연합해 메디포스트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형태인 셈이다.

메디포스트는 최근 몇 년간 외형 성장과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약 686억원에서 2025년 약 73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251억원에서 약 679억원으로 확대됐다.

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은 해외 임상 비용 증가, 미국 위탁생산(CMO) 관련 선(先)투자, 연구개발( R&D)비용 확대 등으로, PE 체제 이후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메디포스트 연구진이 제대혈 줄기세포의 배양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 카티스템 내수 정체…글로벌 성과가 관건

핵심 과제는 카티스템의 글로벌 시장 성과다. 골관절염은 무릎 연골이 닳고 손상되면서 염증과 통증이 반복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그동안 치료는 대부분 통증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카티스템은 관절 내 염증 신호를 억제해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줄기세포가 연골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순 통증 완화가 아니라 연골 구조 자체를 회복시키는 근본적 치료 접근이다.

현재 회사의 핵심 성장 사업인 줄기세포 치료제(카티스템) 사업 매출은 2023년 215억원에서 2025년 194억원으로 감소하며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일본 제약사 테이코쿠 제약(Teikoku Seiyaku)과 카티스템의 일본 내 독점 라이선스·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메디포스트가 받은 선급금은 800만달러(약 117억원)였다. 품목허가 승인 시 메디포스트는 1000만달러(약 147억원)를 추가로 받는다. 추후 매출액에 따라 경상 기술료 수익도 별도로 받는 조건이다.

회사는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도 돌입했다. 이는 카티스템과 외과적 연골 절제술(debridement)을 비교해 수술 후 2년간 추적 관찰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미국·캐나다 60여 개 기관에서 중등도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승진 메디포스트 글로벌사업본부장 겸 미국법인 공동대표는 "이번 미국 임상 3상 IND 승인은 카티스템의 임상적 가치뿐 아니라 생산·품질관리 수준까지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며 "미국 임상을 차질 없이 진행해 골관절염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후속 파이프라인 SMUP-IA-01도 중요한 축이다. 이는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치료 인자를 통해 염증을 완화하고 연골 손상을 억제하는 원리다. 카티스템과 동일한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기반 기술을 활용하되, 수술 없이 관절강 내 주사로 투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치료 패러다임이 수술에서 주사로 전환될 경우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중 SMUP-IA-01 국내 임상 3상 IND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국내 1상 데이터를 인정해 미국 내 임상 1상을 건너뛰고 바로 2상 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회사에 통보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카티스템의 글로벌 임상 성공 시 기존 매출에 더해 라이선스 수익이 추가되는 구조이고, SMUP-IA-01이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하면 카티스템과 함께 골관절염 질환 단계 전반을 커버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과 해외 상업화 성과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포스트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글로벌 임상과 생산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성장성을 입증한 뒤 매각하는 전략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카티스템의 해외 시장 안착 여부가 향후 기업가치와 엑시트 시점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