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전 세계 신약 개발이 화학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에서도 미국·중국에 이어 3위에 올라서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글로벌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사이트라인(CITELINE)의 '2026년 제약 연구개발 연례 보고서(Pharma R&D Annual Review 2026)'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한국의 의약품 파이프라인 비중은 14.2%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고, 중국은 31.1%로 2위에 올랐다. 이어 영국(13.8%), 독일(11.2%), 일본(10.2%)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 파이프라인 비중 순위./사이트라인(CITELINE)

보고서는 "한국은 그동안 개량신약 중심 국가로 분류돼 왔지만, 최근에는 신약 연구개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일본보다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의약품 개발 구조가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뚜렷하게 재편되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에도 성장 여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기준 전 세계 의약품 파이프라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50.1%로 화학합성의약품(케미칼)을 넘어섰다. 30년 전만 해도 85대 15로 케미컬 의약품이 압도적이었던 구조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단클론항체를 중심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바이오 중심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는 426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웅제약(069620)이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170900), 한미약품(128940), 셀트리온(068270), 종근당(185750), 애드파마, GC녹십자(006280), JW중외제약(001060), SK(034730), 한국콜마(161890) 등이 주요 개발 기업으로 꼽힌다.

치료 영역별로는 폐암, 유방암, 직장암, 2형 당뇨병, 위암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활발하며 알츠하이머병, 췌장암, 난소암, 간암, 전립선암 등으로 연구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의약품 R&D 파이프라인 순위./사이트라인(CITELINE)

글로벌 교역에서도 변화는 확인된다. 유럽연합(UN) 무역통계데이터(UN Comtrade)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의약품 비중은 2.31%로 전년(1.87%) 대비 0.44%포인트 증가했다. 국가 순위도 16위에서 13위로 세 계단 상승했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의 95.75%가 바이오의약품으로 집계되면서,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은 사실상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다. 바이오의약품 기준으로 보면 미국 전체 수입에서 한국 비중도 2024년 3.43%에서 2025년 4.31%로 확대되며 8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R&D 상위권 진입과 미국 시장 내 바이오 수출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K바이오는 연구개발과 교역 양측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 세계 파이프라인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질적 변화는 뚜렷하다. 2026년 1월 기준 글로벌 의약품 파이프라인은 2만2940개로 전년 대비 3.92% 감소했다.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이 14%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임상 단계는 증가했다. 임상 1상은 2.7%, 2상은 9.1%, 3상은 8.8% 늘었다. 특히 그동안 정체됐던 3상 파이프라인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후기 단계 개발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연구개발 자원을 초기 탐색보다 임상 단계, 특히 후기 단계에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실제 신약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