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교섭 이행하라! 무너진 신뢰 회복하라!"
22일 정오를 갓 넘긴 시각,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송도 사업장 정문 앞은 '삼성'의 상징인 푸른색 대신 강렬한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창사 1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투쟁 결의 대회 현장이다. 노조 추산 2000여 명의 직원은 '불성실 교섭 규탄'이 적힌 검은 두건을 두른 채 전례 없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위원장은 이날 "작년 11월 인사팀 문건 유출 이후 회사는 제대로된 사과 없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 5000명의 주민등록번호, 학력, 연봉 등 개인 정보가 담긴 인사팀 자료가 내부에 유출돼 논란을 빚었다.
박 위원장은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는 직원들 명단도 별도로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책임자 처벌 등의 조치나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노사 갈등의 원인은 회사에 있다"면서 "우리는 회사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직원은 이날 "노조 사무실에 무단 침입하고 노트북을 압수하려고 했던 행위는 직원들을 파트너가 아닌 감시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회사는 고객사와 신뢰를 들먹이지만 노조 사무실까지 침입하는 기업이 어떻게 외부와 신뢰를 논하겠나"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연결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했다. 노조는 회사가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평균 임금 인상 14%와 1인당 격려금 3000만원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제안하고 있다.
회사가 영업이익의 20%는 초과 이익 성과급(OPI)으로 배당할 필요가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OPI는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이듬해 초 지급하는 삼성그룹의 성과급 제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 연봉의 50%까지 OPI로 지급하고 있는데, 노조는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에 맞춰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다음 달 1일 전면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노조의 쟁의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일 인천지법에 제기했다. 법원 판단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파업이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공장 가동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