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자가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담은 플라스크를 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 여론이 확산되면서 37년간 비임상 서비스의 외길을 걸어온 우정바이오(215380)가 '윤리의 벽'과 '과학적 한계'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동물 실험의 윤리적 문제가 부각될 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 시험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정바이오는 인체 장기를 칩 위에 구현한 '장기 칩(Organ on a Chip)'을 승부수로 던지며 바이오 산업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콜마그룹 인수, 의결권 있는 지분 67% 확보

우정바이오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고(故) 천병년 대표가 1989년 설립한 기업이다. 당시 제약사에서 실험용 생쥐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동물 실험 비임상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육 시설과 장비, 연구 시설 감염 관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천 대표가 작년 5월 별세하며 장녀인 천희정 전 대표가 취임했다. 우정바이오는 지난 달 콜마홀딩스(024720)에 인수됐다. 문병석 콜마홀딩스 기술연구원장이 이달 초 우정바이오 대표에 올랐다.

콜마홀딩스는 우정바이오가 발행한 3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콜마홀딩스가 우정바이오 지분 47.22%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전환 시 발행되는 주식 수는 1505만여 주다.

작년 연말 기준 우정바이오 지분은 천희정 전 대표가 12.81%를 갖고 있다. 천희정 전 대표의 동생 천세정씨가 12.73%, 모친 소경희 여사가 7.64%를 보유 중이다. 세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33.18%다. 이들과 임원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은 33.61%다.

창업주 일가는 보유 중인 의결권을 콜마홀딩스 측에 위임하기로 했다. CB 전환이 이뤄지면 천희정 전 대표 등 창업자 일가의 지분은 33.61%에서 17.51%로 희석된다.

이 경우 콜마홀딩스는 전환사채로 확보한 지분(47.22%)과 창업주 일가의 지분(17.51%)을 더해 총 64.73%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갖게 된다.

동물 실험으로 매년 세계에서 2억마리가 희생된다.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pixabay

◇해외 동물 실험 단계적 폐지…우정바이오 생존 전략은

세계가 동물 실험을 축소하며 우정바이오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정바이오의 작년 연결 매출은 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영업손실은 3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과거 신약을 개발할 때는 동물의 눈이나 피부에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하면서 효과를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쥐, 돼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동원됐다. 업계는 매년 세계에서 2억마리가 동물 실험에 희생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동물은 사람과 생리 구조가 달라 동물 실험에 성공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에서는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작년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등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이다.

우정바이오는 이런 추세에서 미국 기업 엑셀라 바이오시스템즈와 이른바 '장기 칩'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장기 칩을 기반으로 간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국내에서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4일 데모 데이를 열고 업계 관계자를 불러 기술을 소개할 계획이다.

우정바이오의 사업은 콜마홀딩스의 의약품 개발과 연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콜마홀딩스는 오가노이드 사업을 하는 넥스트앤바이오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갖고 있는 HK이노엔(195940)도 콜마홀딩스의 계열사다. 업계는 우정바이오가 갖고 있는 비임상 연구 인프라를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활용할 경우 초기 연구부터 상업화까지 통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우정바이오가 개발하는 장기 칩 기술을 넥스트앤바이오의 오가노이드와 함께 여러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내는 아직 제약사가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 실험이 100%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인프라도 일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