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혈관질환 치료제 기업 큐라클(365270)이 동물의약품 시장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반려동물 조기 진단까지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영업적자를 이어가며 올해 관리종목 지정을 앞뒀던 회사는 지난 1월 원료의약품(API) 전문기업 대성팜텍을 인수하며 한 차례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미래 캐시카우로 내세운 동물용 신약 임상이 초기 단계부터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중장기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종가(1만7010원) 기준 큐라클의 시가총액은 약 3729억원이다.
◇임상 환견 확보 난항…허가 일정 밀리나
큐라클은 지난해 1월 반려견 만성신부전 치료제 'CP01-R01'의 국내 임상 3상에 착수했다. 반려견 60마리를 대상으로 12주간 후보물질과 위약을 경구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환견 모집은 더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24마리를 모집해 이 중 18마리에 투약을 진행했다.
임상 참여 병원도 30여곳이지만 실제 환견이 없어 시험이 진행되지 않는 곳을 제외하면 가동 중인 병원은 20여곳에 불과하다. 추가로 6마리가 소변 검사 등 스크리닝 단계에 있지만, 회사 계획대로 상반기 중 환견 등록 완료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연내 품목허가(NDA) 일정도 지연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만성신부전은 초기 단계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보호자가 질병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견 모집을 늘리기 위해 반려견 신장질환 인식 제고 캠페인과 소변검사 키트 배포, 방문 혈액검사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협력 동물병원 정밀검진으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허가 일정 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임상 설계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존 틀 내에서 환견 발굴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변경은 필요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100조 시장 노렸지만…국가 지원 종료에 비용 부담 확대
임상이 지연될 경우 후속 전략도 영향을 받게 된다. 큐라클은 향후 치료 대상을 반려묘로 확대하고, 적응증 역시 퇴행성 뇌질환 등으로 넓혀 반려동물 시장에서 매출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동물의약품은 사람용 의약품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엄격해, 국내에서 효능이 입증되면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동물의약품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39조원에서 2031년 103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비용 부담도 변수다. 해당 후보물질은 그동안 국가연구과제로 개발돼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산하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이 비용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2024년 11월 사업 종료 이후부터는 큐라클이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있다.
회사 측은 "사람용 의약품 대비 개발 비용이 낮은 구조"라면서도 "해외 파트너와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큐라클의 재무 상황이다. 회사는 상장 이후 당뇨병성 황반부종 및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CU06'의 기술이전 수익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2024년 파트너사 떼아오픈이노베이션이 글로벌 판권을 반환하면서 매출이 사실상 끊겼다.
지난해 매출은 710만원으로 전년(16억원) 대비 99.5%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165억원으로 30% 이상 늘었다.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은 181억4645만원, 당기순손실은 178억7060만원으로 각각 20% 안팎 증가했다.
전년도에는 파트너사인 떼아로부터 받은 임상 2상 비용 정산금을 일부 매출로 인식했지만, 해당 권리 반환이 확정되면서 지난해에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상폐 위기는 넘겼지만…수익 모델은 여전히 숙제
큐라클은 2021년 7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은 2025년까지다. 올해 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사는 이를 피하기 위해 대성팜텍을 인수했다. 지난해 약 90억원 매출을 낸 대성팜텍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되면서 상장 유지 요건은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성팜텍 합병 효과가 1분기부터 연결 실적에 반영되면서 코스닥 상장 유지 기준을 안정적으로 상회하는 매출을 달성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원료화학품 등 인접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매출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정적인 수익원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큐라클은 총 16개 파이프라인 개발에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어 지속적인 현금 창출원이 필요하다.
연내 복수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임상 2b상을 마쳐 가장 앞서 있는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CU01'도 지난해 보령(003850)과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데 그쳤다. 해당 계약은 기술이전을 보장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회사는 반려동물 진단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진단에서 치료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사업 목적에 진단 영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반려동물 만성신장질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조기 진단 솔루션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기술이나 협력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국내외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각각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메자닌 발행 계획은 아직 없지만, 파이프라인 진척 상황 및 자금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2023년 6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제1회차 CB를 발행한 이후,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219억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