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AI 의료기술 기업 메디컬고리드믹스(Medicalgorithmics)가 심전도(ECG) 분석 기술력을 입증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은 최근 이 회사가 개발한 AI 알고리즘 'DRAI'가 심각한 부정맥 진단 오류를 기존 임상 방식보다 14배나 줄였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 '키메스(KIMES) 2026' EU 비즈니스 허브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카밀 크리시오(Kamil Kryscio)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의료 전문가는 오직 데이터만 믿는다"며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된 데이터가 우리를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오진율 4.4% vs 0.3%…네이처가 인정한 'AI의 승리'

스웨덴 룬드 대학교와 캐나다 인구보건연구소(PHRI)가 1만4606명의 환자, 20만일 분량의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숙련된 심전도 기사(Technician)가 심각한 부정맥을 놓친 비율은 4.4%였으나, DRAI는 0.3%에 불과했다. 특히 14일간의 장기 데이터에서 부정맥이 없음을 판정하는 신뢰도는 99.9%에 달했다.

연구를 이끈 린다 존슨 교수는 "전 세계 의료 인력이 1500만명 부족한 상황에서 AI가 숙련 기사를 대체해 의사에게 직접 리포트를 전달하는 시스템은 의료 병목 현상을 해결할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시오 매니저는 "AI가 의사결정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기술의 본질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메디컬고리드믹스의 카밀 크리시오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가 19일 서울 코엑스 '키메스(KIMES) 2026' EU 비즈니스 허브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자사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메디컬고리드믹스의 이번 방한 목적은 '제3자 통합' 파트너십 구축이다. 우수한 하드웨어를 가진 한국 기업에 자사의 AI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플랫폼 'DRP'를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S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웰리시스'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지난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웰리시스의 웨어러블 ECG 기기 'S-Patch'에 메디컬고리듬익스의 AI 알고리즘을 통합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크리시오 매니저는 "기기는 훌륭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소프트웨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우리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루서 일본까지 '영토 확장'…"20년 데이터로 아시아 공략"

메디컬고리드믹스는 지난해에만 20건 이상의 글로벌 계약을 체결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는 관상동맥 혈류 분석 솔루션 'VCAST'를 내세웠다. 기존의 침습적인 혈관 조영술 대신 CT 영상 기반의 3D 매핑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내년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시오 매니저는 "현재 3% 수준인 미국 ECG 시장 점유율을 최소 두 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최근 페루와 첫 계약을 맺으며 남미 시장에 발을 들였고, 이번 한국 방문 이후 7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행사를 통해 일본 시장 공략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시오 매니저는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자사 솔루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도시의 진단 대기 정체와 지방 노인들의 의료 접근성 저하는 전 세계적 과제"라며 "환자가 집에서 측정하고 의사는 세계 어디서든 AI 리포트를 확인하는 원격 진단 시스템이 의료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고리드믹스는 지난해 50만건의 AI 리포트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100만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시오 매니저는 "20년 경력의 상장사로서 축적된 데이터와 규제 대응 역량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의 의료 혁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