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이 HLB(028300)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블랙록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간암 신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세 번째 허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허가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자금이 FDA로부터 긍정적 신호를 감지해 선제적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록 계열의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는 HLB 주식 666만4921주(5.01%)를 매입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3044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블랙록은 진양곤 회장(7.23%)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지분 5% 이상을 확보해 주요 주주에 오른 만큼, 단기 차익보다는 중장기 성장성에 무게를 둔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은 'AI 커넥트 서밋'에 참석해 핑크 회장과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당시 핑크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SK하이닉스 지분 5% 보유를 공시했고, 삼성전기에도 투자하는 등 국내 반도체·첨단산업 분야로 투자 보폭을 넓혀왔다. 바이오 섹터에 대한 본격적인 지분 투자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진양곤 HLB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3월 21일 오전 9시 경영진과 함께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줌 영상 캡처

시장의 관심은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 여부에 쏠려 있다. 리보세라닙은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표적항암제로,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FDA 품목허가를 추진 중이다.

양사는 2023년 5월 처음 FDA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리보세라닙의 효능·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캄렐리주맙의 생산 공정과 시설과 관련한 제조·품질관리(CMC) 지적 사항이 이유였다. FDA는 보완요구서(CRL)를 통해 해당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항서제약은 보완 작업을 진행했고, FDA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기관에 대한 현장 실사(BIMO)를 통과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재도전에서도 CMC 관련 보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양사는 지난 1월 세 번째 품목허가 신청에 나선 상태다.

회사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글로벌 3상에서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23.8개월을 기록했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 가운데 가장 긴 생존 기간이라는 설명이다. 환자군별 분석에서도 일관된 효능과 관리 가능한 안전성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국제 가이드라인 등재도 이어졌다.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지난해 '바르셀로나 임상 간암병기(BCLC) 가이드라인'에 진행성 간암 1차 치료요법으로 포함됐고, 유럽종양학회의 2025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 옵션으로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제 가이드라인 등재가 FDA 승인 과정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결국 블랙록의 2대 주주 등극은 단순한 지분 변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FDA의 세 번째 심사 결과가 HLB의 향후 기업가치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HLB 관계자는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이 지난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에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제조·품질관리(CMC) 관련 보완 사항도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세 번째 심사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