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 세포치료제 기대주로 꼽혀온 바이젠셀(308080)의 주가가 임상 2상 결과 발표에 크게 출렁였다. 국산 첫 NK-T 세포치료제로 기대를 모아온 후보물질이 치료 후 환자가 생존한 기간인 전체생존율(OS)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다.
바이젠셀이 지난 24일 공시한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VT-EBV-N' 임상 2상 최종 결과에 따르면, 1차 평가지표인 2년 무질병생존율(DFS)은 투여군 95%로 대조군(77.58%) 대비 개선됐다. 임상 기간 동안 투여군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대조군에서는 다수의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그러나 2차 평가지표인 OS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조군 사망률이 16%였던 반면 투여군에서는 사망 사례가 없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회사 측은 "시험군이 100% 생존 확률을 유지해 수치적으로 개선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공시 당일 바이젠셀 주가는 전일 대비 1930원(23.95%) 하락한 6130원에 거래를 마치며 급락세를 보였다. 1차 지표에서 유의성을 확보했음에도 투여군과 대조군 간 격차가 약 17%포인트에 그친 점, OS 유의성 미달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VT-EBV-N은 희소 혈액암인 NK-T세포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한다.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질환으로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확립된 표준 치료법이 없고 2년 내 재발률이 약 80%에 달해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큰 영역으로 평가된다.
현재 해당 적응증에서 허가받은 치료제는 중국 시스톤이 개발한 '씨젬리(성분명 수게말리맙)'가 유일하다. 다만 효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어 후속 치료제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유럽·한국 등 주요 규제기관이 이 질환을 희소 질환으로 지정한 만큼,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한 신속 허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이젠셀은 국내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된다. VT-EBV-N은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2023년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회사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추진해 이르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 자회사 이뮨온시아(424870), 유틸렉스(263050), 지씨셀(144510) 등도 NK-T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관건은 상용화 이전의 실적 공백이다. 2대 주주였던 보령(003850)이 보유 주식의 절반가량을 매도하면서 추가 매각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는 일부 해소됐다. 다만 당장 현금 흐름을 어떻게 방어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바이젠셀은 2024년 의료장비 도매업에서 2억5800만원의 상품 매출을 올렸다. 세포치료제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의미 있는 수주 성과는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 VT-EBV-N 상업화 매출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실질 매출 기반 확보 여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회사는 25일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 'VT-Tri(1)-A'의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임상 1상 코호트3 진행 중 3등급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무리한 개발 지속이 기업 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회사 관계자는 "조혈모세포 공여자의 혈액을 사용하는 제품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요인을 해소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하며 26일 현재 주가는 8400원대까지 회복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