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그룹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가운데)과 법률 자문을 맡은 정진수 화우 대표변호사, 이병주 일맥 대표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 간섭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지윤 기자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 자금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던 것 같다. 임 회장 측근의 요청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일 뿐이다."

임종윤 회장은 한미약품(128940) 창업자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으로, 앞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와 대립했다. 코리그룹은 그의 개인 회사다.

한미약품 그룹의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 한미사이언스가 공시한 신 회장의 주식 441만32주(6.45%) 장외 매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한미사이언스(008930)는 신동국 회장이 지난 13일 체결한 주식 매매계약에 따라 (주)코리포항 외 5인으로부터 의결권 있는 주식 441만32주를 장외 매수 방식으로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임종윤 회장은 보유 지분을 코리포항에 넘겼다. 이후 지난해 코리포항을 통해 사모펀드(PEF)인 큐리어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큐리어스사이언스에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1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코리포항과 큐리어스 사이언스 간의 계약 기간은 4년이다.

임 회장이 자금 조달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신 회장이 다시 사들인 격이다.

특히 신 회장은 약 2000억원 규모 자금을 차입해 지분을 매입하기로 해, 이를 두고 신 회장이 기존 4자 연합 전선을 깨고 임 회장과 함께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다.

신 회장은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4자 연합과의 관계에 대해 신 회장은 일부 갈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연합이 유지될 것이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의 대주주로서 누구보다 한미의 발전과 같이하고 한미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신 회장은 "차입은 사실이지만 보유 중인 다른 금융자산을 통해 상환할 계획"이라며 "한미사이언스 주식 외에도 유동화 가능한 자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로 신 회장의 전체 지분율은 약 29.83%로 늘어나며 지배력이 강화됐다.

신동국 회장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잇달아 사들였고 2020년 임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문제로 촉발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키맨으로 부상했다.

경영권 다툼 촉발 초기에 신 회장은 형제(임종윤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내이사·사장) 편에 섰다가 이후 모녀(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편으로 돌아서 모녀와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며 4자 연합을 결성했다. 4자 연합의 계약은 2029년 종료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