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언 네슬 - 뉴욕대(NYU) 영양학·공중보건학 명예교수, 미국 UC 버클리 공중보건영양학 석사, UC 버클리 분자생물학 박사, 전 뉴욕대 영양·식품학과장, 전 미국 보건복지부 선임 영양정책 자문관, 전 UC 샌프란시스코 의대 부학장 /사진 매리언 네슬

"한쪽에서는 비만이라는 병을 팔고, 다른 한쪽에서는 약을 파는 구조는 자본주의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식품 업계와 제약 업계의 이런 공생 관계를 공중 보건의 승리가 아닌, 자본이 인간 신체를 장악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매리언 네슬(Marion Nestle) 뉴욕대 영양학·공중보건학 명예교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바꾼 식품 산업의 지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거대 식품 기업은 현재 흐름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덜 먹는 트렌드를 상품화해 양은 적지만 비싼 제품을 개발해 수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비만율이 낮은 한국 등에서 미용 목적 GLP-1 비만약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서구인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낮아도 대사 질환이 발생하는 아시아인특성상 의학적 필요가 강조되나, 동시에 사회적 압박에 의한 오남용 가능성도 크다"라며 "질병 치료라는 명분과 날씬함이라는 욕망 사이에서 GLP-1 비만약은 매우 강력한 상업적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했다.

네슬 교수는 '식품 정치(Food Politics)'라는 책으로 알려진 식품 정책 전문가로, GLP-1 비만약 열풍을 의학적 진보가 아닌 식품 시스템 실패와 자본주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네슬레 등 거대 식품 기업이 GLP-1 비만약 사용자를 겨냥한 고단백 파스타 등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어떤 변화를 시사하나.

"식품 기업은 줄어든 매출을 보충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들이 내놓은 단백질·비타민·미네랄·섬유질을 높인 이른바 GLP-1 비만약 친화 식품이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지론은 식품 업계의 일차적 목표는 건강이 아닌 이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소비자가 음식을 덜 먹게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1인당 지출을 유지하려 한다. GLP-1 친화 식품이 기존 초가공식품의 포장만 바꾼 것이라면, 이는 영양학적 혁신이 아닌, 줄어드는 섭취량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상쇄하려는 전형적인 기업의 생존 전술에 불과하다."

GLP-1 비만약이 초가공식품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는가.

"현재 유통 업계에서 나타나는 식품 매출 감소가 순수하게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비만약 때문인지, 아니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때문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다른 식품군 매출이 낮아진 수익을 보충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거대 식품 기업은 이런 흐름을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과거 담배 업계가 그랬듯, 그들은 '덜 먹는 트렌드' 자체를 상품화해 양은 적지만 비싼 영양 밀집형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다. 결국 이 현상이 식품 산업 몰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수익 모델로 진화할지가 관건이다."

제약 업계는 비만을 '만성 생물학적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비만 유병률이 식품 환경이 더 많이 먹기를 권장하는 구조로 급전환한 1980년대 이전까지는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비만은 갑작스러운 유전자 변이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 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약물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답하기 이르다. 비만을 오직 생물학적 질환으로만 가두려는 건 편리한 접근일 뿐이다. 비만을 유발하는 초가공식품을 파는 기업과 이를 방치한 정부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물학적 치료만큼이나 정치·환경 개혁이 중요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을 먹고, 이를 고치기 위해 제약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미래가 그려지는데.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병을 팔고, 다른 한쪽에서는 약을 파는 구조가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확정된 미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품 업계와 제약 업계 공생이 고착하면 사회는 근본적 원인을 고치려 하기보다 평생 약에 의존하는 구독형 건강관리 시스템에 갇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공중 보건의 승리가 아닌, 자본이 인간 신체를 완벽히 장악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GLP-1 비만약의 임상 시험이 아동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제약 업계가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GLP-1 비만약을 사용하는 고객은 수십 년간 수익을 보장하는 기업의 평생 고객이 될 테니 말이다. 경제적 효과나 영향을 떠나 이는 매우 비극적인 선택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망치는 학교 주변의 저질 식품, 무분별한 광고 등을 고치고 규제하는 건 어렵고, 비용이 들지만, 약을 처방하는 건 매우 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환경 개선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신체를 의료화하는 길을 택한다면, 그것은 공중 보건 정책의 완전한 패배를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미국보다 비만율이 낮은 한국 등에서 GLP-1 비만약이 미용 목적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내가 알기론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역시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GLP-1 비만약 사용은 단순 미용 목적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서구인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낮아도 대사 질환이 발생하는 아시아인 특성상 의학적 필요성이 강조되겠지만, 동시에 사회적 압박에 의한 오남용 가능성도 크다. 제약사는 이 두 지점을 모두 공략할 것이다. 질병 치료라는 명분과 날씬함이라는 욕망 사이에서 GLP-1 비만약은 아시아에서 매우 강력한 상업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예산을 가난한 이를 위한 GLP-1 비만약 보조금에 쓸 것인지, 신선 식품 지원에 쓸 것인지.

"결국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며, GLP-1 비만약은 그 비용을 즉각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는 매우 유혹적인 단기 효과일 것이다. 신선 식품에 돈을 쓰는 건 장기 전략이다. 당장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면 약물을 택하겠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식품 시스템의 체질을 바꾸는 후자를 택해야 한다. 당장의 효과와 지속 가능한 건강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지 결정해야 한다."

경구용 위고비. /사진 노보 노디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