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쌓은 임상시험·인허가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영역을 신약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국산 신약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두 회사의 행보가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차세대 항암제인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를 핵심 축으로 R&D를 강화하고 있다. 두 기술 모두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항암제 플랫폼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으로 '암세포 유도미사일'로 불린다. 이중항체는 암세포를 붙잡고 면역세포를 끌어들여 함께 공격하는 방식이다.
◇삼성에피스, '이중항체 ADC' 신약 개발 집중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의 인적 분할 안건이 통과돼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분할로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분리되고, 11월 1일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출범해 신약 중심의 성장 체계를 구축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내달 14일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ADC 플랫폼 기술을 개발할 자회사를 신설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 인력으로 꾸려지는 이 자회사는 ADC에 활용되는 이중항체 구조 설계 플랫폼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ADC 핵심 기술은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인 페이로드,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링커다. 기존 ADC 약물은 단일항체로 만들어졌지만, 이중항체를 페이로드에 붙이면 결합력이 2배가 돼 암세포 공격력이 더 강해지고 내성 문제도 줄일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12월 인투셀(287840)과 공동 연구 계약을 맺고, ADC 신약 후보물질 5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일부 후보물질의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인투셀은 링커, 페이로드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내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해 삼성의 첫 신약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날 이중항체-이중 페이로드 기술을 보유한 중국 바이오기업 프론트라인과의 공동개발 계약도 체결했다. 양사는 2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프론트라인이 보유한 페이로드 1건을 자사 다른 개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독점권(라이선스)도 획득했다.
최근에는 두 종류의 페이로드를 다른 위치에 결합하는 새로운 링커 기술이 개발되며 이중 페이로드 ADC 연구가 활발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항체-이중 페이로드 기술은 두 목표물을 동시에 조준하는 유도탄에 서로 다른 탄두를 장착하는 개념"이라며 "암세포가 두 방향의 공격을 모두 방어하기 어려워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성 발생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ADC 분야를 비롯한 R&D 인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박사급 172명, 석사급 249명을 포함해 총 657명의 연구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의 60% 이상이 R&D 분야에 속한다.
◇셀트리온, ADC·다중항체까지 신약 개발 확대
셀트리온 역시 ADC와 이중항체를 비롯한 다중항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ADC 파트너는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피노바이오다. 양사는 2022년 최대 15개 표적에 적용 가능한 ADC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캄토테신 유래의 신규 TOP1 저해제 페이로드 'PBX-7016'을 공동 개발했다. 이 물질은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사멸을 유도한다. 셀트리온의 주요 ADC 후보물질 'CT-P70'과 'CT-P71'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CT-P70은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5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고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외 'CT-P72', 'CT-P73' 등 다양한 ADC 신약 후보를 확보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중항체 신약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프로 코퍼레이션과 손잡고 이중항체 치료제 'ABP102'를 공동 개발 중이며, 2023년에는 국내 바이오기업 싸이런테라퓨틱스와 다중항체 신약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향후 3년 내 총 13개 후보물질(ADC 9개, 다중항체 4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