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보령 김정균 대표이사, 삼진제약 조규석 사장, 최지현 사장. /각 회사

제약업계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에 들어간다. 올해 주총에서는 창업주 2·3세 경영체제로 바뀌는 회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령(003850)은 오는 31일 정기 주총에서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와 김성진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달 28일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주총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안을 공식 의결한다.

보령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보령의 성장 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 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인 장두현 대표는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개인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

김정균 대표는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로, 보령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이다. 보령은 일찍이 3세 김정균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해 분쟁 소지를 없앴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정KPMG에 재직하다 201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인사팀장, 경영기획실장을 거쳤다. 2022년부터 보령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맡았다.

삼진제약(005500)도 2세로 수장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해열진통제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최승주, 조의환 회장이 1968년 공동 설립했다. 삼진제약은 오는 21일 정기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최지현, 조규석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은 최승주, 조의환 회장의 장남, 장녀다.

삼진제약 오너 1세의 공동 경영 체제가 2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삼진제약은 이를 위해 이번 주총에서 전문경영인 최용주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최승주 회장의 후계자로 최지현 사장을 정하는 수순이다.

최지현, 조규석 사장은 각각 2009년, 2011년에 삼진제약에 입사했다. 두 사람은 2018년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23년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1월 사장으로 함께 승진했다. 현재 최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 연구개발(R&D), 조 사장은 경영 관리와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2024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현장. /허지윤 기자

경영 체제가 바뀌는 곳들도 있다. 최근 창업자 일가 형제와 모녀가 1년여간 경영권 분쟁을 끝낸 한미약품(128940)그룹은 오는 26일 정기 주총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조직을 재편할 전망이다. 한미그룹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는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지낸 김재교 대표가 맡고, 사업사인 한미약품은 박재현 현 대표 체제로 간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이번 주총에서 김재교 대표를 포함해 사내이사 후보 4명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고 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진입하지만 대표이사는 김재교 이사가 맡는다.

JW중외제약(001060)은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함은경 JW메디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의 선임안을 다룬다. 회사 안팎에선 함 대표가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JW중외제약 대표로 선임돼 신영섭 현 대표이사와 각자 대표 체제를 이끌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회사 측은 현재로선 단독 대표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섭 대표이사는 2017년 3월부터 단독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다. 신 대표는 1988년 JW중외제약에 입사 후 30년간 영업과 마케팅에서 경력을 쌓았다. 함은경 대표는 1986년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회사 측은 "함 대표는 이미 대표이사 산하 총괄사장으로서 R&D 등 주요 부문을 담당하고 있어, 현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