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루엔자(독감), 신종 코로나19 감염증(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중국발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까지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Demic)’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 번의 주사로 여러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콤보 백신(Combination Vaccine·혼합 백신) 개발에 나섰다. 빠르면 2년 안에 국내에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환자 수가 최근 급증해, 이번 동절기 유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RSV 감염증 입원환자도 영·유아(0~6세)를 중심으로 확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질병청은 호흡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현재 예방접종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은 동시 접종이 가능하지만, 각각 다른 부위에 따로 맞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두 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한 번의 주사로 예방하는 콤보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대표적이다. 현재 코로나19·독감에 대응하는 콤보 백신 ‘mRNA-1083′의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콤보 백신 개발을 마친 곳은 모더나가 유일하다.
mRNA-1083은 독감 백신 후보물질인 mRNA-1010과,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인 mRNA-1283을 혼합한 백신이다. 지난해 7월 모더나는 50~64세과 65세 이상 각각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3종(H1N1, H3N2, B/Victoria)에 대해 백신을 따로 맞을 때보다 효과가 뛰어났다고 밝혔다.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mRNA-1083은 의료 시스템의 호흡기 바이러스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다 편리한 백신 접종 선택지를 제공한다”며 “계절성 질병으로부터 더 강력하게 보호하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모더나에 따르면 mRNA-1083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 오는 3월부터 국내에서 가교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교 임상은 해외에서 허가받은 약을 국내에서 승인받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인종적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추가 임상이다. 일반 임상시험보다 진행 기간이 짧아, 회사는 실질적인 도입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모더나는 mRNA-1083 백신에 이어 코로나19·독감에 RSV까지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도 개발할 예정이다.
미국 노바백스도 코로나19·독감 콤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임상 2상에 참가한 환자 1명에서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질환인 운동 신경병증의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보고돼, FDA가 3상 시험계획을 한 차례 보류했다가 최근 재승인했다.
화이자도 코로나19·독감 콤보 백신과 코로나19·독감·RSV를 막는 콤보 백신의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이 밖에도 결핵·말라리아 등 10여개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후보물질을 모두 mRNA 플랫폼으로 구축해, 더 많은 바이러스에 동시에 대응할 멀티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사 중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함께 콤보 백신을 개발 중이다. 다만 아직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극초기 단계인 만큼, 임상시험 진입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