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숙인·쪽방촌 주민 대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 행사에서 의료진이 독감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스1

올겨울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국내외 제약사들이 기존 주사 방식보다 투약이 편리한 다양한 제형의 독감 백신을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먹는 약 등이 대표적이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전국 독감 환자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역대급 유행을 보이고 있다. 겨울철마다 찾아오는 계절성 유행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전 세계에서 최대 50만명이 독감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독감 백신은 주사로 피부를 뚫고 혈액을 통해 항원을 전달해 항체를 만드는 주사제형이 유일했다. 하지만 병원 방문과 주사 투약에 대한 거부감이 커, 최근에는 독감을 더욱 간편하게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제형에 대한 수요도 많았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는 코에 뿌리는 비강 스프레이형 독감 백신 ‘플루미스트’를 개발했다. 2003년 의료기관용으로 처음 승인됐고,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해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자가 투여도 할 수 있게 됐다.

플루미스트는 좌우 콧구멍에 각각 0.2㎖를 한 번만 뿌려주면 6~12개월 정도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점막을 통해 약물이 흡수돼 비강과 상기도에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원리다. 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코점막과 상기도를 통해 감염되는 만큼, 비강 스프레이가 입구를 봉쇄해 버리는 격이다. 이 때문에 기존 주사제형보다 오히려 비강 백신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에 뿌리기만 해도 독감에 대한 예방 효과가 생기는 백신, 플루미스트가 미국에서 가정용으로 최초 승인됐다./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이런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백신은 국내 기업들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백신개발 기업인 엔에이백신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면역증강제인 넥사번트(Nexavant)를 기반으로 한 비강 스프레이형 백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상용화된 백신 항원에 넥사번트를 혼합해 만든 비강 스프레이형 백신의 효능을 확인한 결과, 혈청과 비강, 폐점막에서 항원 특이적인 항체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회사는 독감 변이 바이러스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동물실험 결과는 지난해 12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2018년 설립한 엔에이백신연구소는 분자 진단 전문기업인 제놀루션(225220)을 공동 창업한 김동호 대표가 창업했다. 면역증강제와 비강 백신 기술을 갖춰 여러 국내외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병원(MGH)과 면역항암제를 공동개발 중이며, 일양약품(007570), 테라젠바이오 등과도 독감 백신, 항암제 개발에 협업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백신은 아니지만 비강 스프레이형 독감 예방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콧속 비강 내 물리적 방어막을 형성하는 잔토모나스 발효추출물과 바이러스의 복제·확산을 막는 카모스타트가 주요 성분이다. 회사는 단 1회 분무로 8시간 동안 물리적 막이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경구용(먹는)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 백사트는 독감 백신을 알약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임상 2상에서 주사제형보다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경구용 코로나19 백신을 mRNA 백신과 비교하는 임상 2상 연구를 추가로 진행 중이다. 회사는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아 통증이 없고 복용 시 보조 인력이 필요 없어 대규모 접종 캠페인은 물론, 보관·운송·유통에 용이해 의료 기반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도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