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약국 곳곳에서 독감 치료제와 진해거담제, 해열·소염 진통제 등의 수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한 번에 몰리면서 재고가 동이 난 것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유통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4주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을 보면 49주(12.1~7일) 차 9.3%에서 52주 차(12.22~28) 50.9%로 급증했다. 49주 차에 7.3명이었던 독감의사 환자는 꾸준히 늘어 52주 차에 73.9명에 달했다. 이는 2016년 86.2명 이래 최대치다.
독감 환자들이 한 번에 몰리면서 일부 약국의 경우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 치료제 ‘타미플루’, ‘조플루자’가 품절됐다. 이에 대체 조제가 가능한 복제약도 줄줄이 바닥을 드러냈다. 종근당(185750)의 타미비어 캡슐과 현탁용분말, 건일바이오팜의 건플루캡슐, 마더스제약의 오설엠캡슐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의약품 제조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공급 물량은 안정적으로 확보된 상황이나,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에 환자가 몰리면서 수급 불안이 생겼다. 시중 약국에 의약품이 유통되는 데 시차가 있어 일부 일시 품절이 생겼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독감 환자 증가 추세에 대응해 유통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로슈는 작년 국내사 HK이노엔(195940)과 조플루자, 타미플루에 대한 유통 판매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 의약품을 공급 중이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 있는 로슈의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조플루자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내 시장에 재고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고, 유통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각 약국에서 필요 물량을 조만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와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마르복실)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인플루엔자 A형, B형 바이러스 방출을 억제해 감염을 치료하는 원리다. 둘 다 성인·소아 관계없이 먹는 약인데 타미플루는 5일간 경구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 후속으로 개발돼 시장에 나온 조플루자는 증상 발현 후 한 번만 복용해도 된다. 알약뿐 아니라 소아가 편히 복용할 수 있도록 물에 용해하는 과립제인 현탁액 제형도 출시돼 있다.
한미약품(128940)도 타미플루의 제네릭 의약품인 독감 치료제 ‘한미플루’와 해열제, 진해거담제 등 관련 품목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000100)도 ‘유한엔플루’ 판매가 증가 추세로 유행 추세와 시장 재고를 파악해 추가로 출하할 예정이다.
겨울철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면서, 진해거담제와 해열·소염 진통제, 항생제 판매도 늘고 있다. 진해거담제 중에는 안국약품(001540)의 시네츄라 시럽, 대원제약(003220)의 코대원포르테·프리비투스 시럽, 유한양행의 코푸 시럽 등이 꼽힌다.
증권 시장에선 국내에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가 기승을 부리고 중국에서는 ‘사람 메타뉴모 바이러스(HMPV)’가 유행하자, 호흡기 감염증 관련 의약품과 진단키트 기업들이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에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HMPV도 감염 시 발열,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등 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 심한 경우 세기관지염, 폐렴 등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해열제나 수액 등으로 보조적 치료를 한다.
진단키트 기업 중에서는 유전자증폭(PCR) 전문기업 씨젠(096530),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진단키트 전문기업 휴마시스(205470), 랩지노믹스(084650)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수혜 기업들이다.
씨젠의 지난 6일 주가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04% 올랐다. 같은 날 에스디바이오센서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87% 상승 마감했으며 7일에는 전일 대비 0.56% 올랐다. 앞서 씨젠은 2020년 코스닥 시가총액 4위까지 올랐고 2020년~2021년 연 매출 1조원대를 기록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2021~2022년 3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대원제약의 ‘코대원에스시럽’은 상기도 감염 적응증을 확보한 의약품이다. 펠루비프로펜 제제로는 2007년 허가를 받은 ‘펠루비 정’이 있다. 영진약품(003520)이 2021년 출시한 ‘펠프스 정’도 급성 상기도염의 해열’을 적응증으로 확보했다. 해열·소염진통제로 쓰이는 이부프로펜 제제 중에는 대웅제약(069620)의 ‘이지엔’, 덱시부프로펜 제제 중에는 보령(003850)의 ‘펜시럽’ 등이 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해 경구제보다는 빠른 효과를 나타내는 주사제 투여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GC녹십자(006280)의 ‘페라미플루’, 영진약품의 주사제 ‘데노간 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