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임상시험 결과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 결과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196170)의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미국 머크(MSD)의 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이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알테오젠은 MSD와 일본 다이이찌산쿄, 스위스 산도즈 등 글로벌 제약사와 각각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에 증권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으며 작년 한 해에만 시가총액이 11조원 넘게 증가했다. 현재 시총은 16조원대다.
올해 키트루다SC제형이 FDA 허가 관문을 최종 통과할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FDA 허가 심사 기간은 10개월인데, 우선 심사 지정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가 나온다. MSD의 키트루다는 전 세계 연 매출이 약 33조원대인 세계 1위 매출 의약품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 알테오젠은 국내 허가 제품은 있지만 FDA 승인 기준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아직 없다. 허가 시 알테오젠이 받을 기술료(마일스톤)도 늘어 실적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임상시험 결과 발표를 앞둔 기업들도 상당수다. 임상시험은 일반적으로 전임상(동물시험)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3상 시험을 거쳐 최종 허가로 이어지는데, 임상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가치도 수십 배씩 뛴다. 그만큼 상용화 성공 가능성에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앞서 기술 수출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진행 결과도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고, 기업 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유한양행(000100)이 지난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140610)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해 2018년 미국 파트너사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 수출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 신약 후보 물질 YH14618(SB-01)의 임상 3상 결과는 올해 2분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FDA로부터 임상 2상을 면제받아, 임상 3상을 진행해 왔다. 퇴행성 디스크의 경우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YH14618은 수술 없이 척추 부위에 주사해 디스크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다. 2018년 당시 기술 이전 계약 총규모는 2억1815억 달러(약 3201억원)였다. 앞서 유한양행과 엔솔바이오파마는 3대 1 비율로 단계별 기술료를 나누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가켐바이오(141080)가 중국 포순제약과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각각 기술을 수출한 항암제 후보 물질 LCB14는 중국에서 유방암 임상 1상과 위암 임상 3상을,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포순제약은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유방암 3차 치료제로 LCB14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스위스 로이반트사이언스에 수출한 HL161BKN(물질명 바토클리맙)의 중증근무력증 환자 대상 임상 3상 1차 지표 결과와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CIDP) 대상 임상 2b상 초기 데이터가 올해 1분기 안에 나올 예정이다.
글로벌 초대형 제약기업들은 중소 바이오 회사들이 개발 중인 물질에 대한 초기 임상 주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기술과 판권을 사들이거나, 아예 회사까지 인수합병(M&A)을 하기도 한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출 성과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2상 결과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샤페론(378800)은 오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BFC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누겔(NuGel)의 임상 2b상 파트1에 대한 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ABL-301의 임상 1상 결과도 상반기 내 나올 예정이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은 올해 상반기 미국의 파트너사인 멧세라와 진행 중인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DD02S의 초기 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 후보 물질 DD01의 임상 2상 1차 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헬스케어팀장은 “올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는 2030년까지 특허 만료로 독점권을 상실하는 ‘특허 절벽’에 대비하기 위해 M&A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13~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활발한 M&A가 기대된다”며 “국내는 금리 환경과 기술 이전, 미국 시장 침투율 확대 같은 모멘텀(상승 동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