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세포(녹색)가 암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모습./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국산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허가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국내 환자들이 현재 유일한 CAR-T 치료제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보다 효능이 좋고 저렴한 국산 항암제를 내년 하반기면 투약받을 수 있다.

큐로셀(372320)은 지난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국산 CAR-T 치료제인 ‘림카토(성분명 안발셀)’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큐로셀은 국내에서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최종 허가 신청까지 한 첫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한 후 유전자를 추가해 암세포만 찾아가도록 바꾼 치료제다. 정상 세포는 두고 암세포만 공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큐로셀 대전 본사. GMP 공장 전경./큐로셀

◇림카토, 내년 하반기께 허가 결정

림카토는 혈액암의 일종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B세포림프종(LBCL) 치료제다. 핵심은 큐로셀이 자체 개발한 오비스(OVIS) 기술이다. 오비스는 암 치료를 방해하는 면역관문수용체인 PD-1과 함께 일부 T세포, 자연살해세포에 있는 면역 수용체인 TIGIT를 동시에 억제한다. 그만큼 치료 효과가 크다.

큐로셀의 림카토는 지난 8월 식약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처리제도 대상으로 지정됐다.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되면 ‘첨단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 심사’ 규정에 따라 임상 2상 시험 결과만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회사는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림카토의 국내 허가 여부는 내년 하반기에 결정될 전망이다. 림카토가 허가되면 국내 혈액암 환자들은 지금보다 더 빨리 CAR-T 치료제를 투약받을 수 있다. 현재 킴리아는 미국 공장에서 제조된 뒤 한국에 도착해 환자 투약까지 약 두 달이 걸리는 반면, 림카토는 대전에서 제조돼 단 14일 만에 환자에 전달될 수 있다.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킴리아의 1회 투여 비용은 3억6000만원인데 급여가 적용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약값은 598만원이다. 림카토는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게 급여 적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는 림카토를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의 허가와 약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된다. 킴리아가 출시 후 13개월 만에 급여가 적용됐는데, 림카토는 이보다 빠르게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노바티스에서 개발해 시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왼쪽)'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오른쪽)'.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원리다./노바티스, 길리어드

◇FDA 승인 치료제보다 효능·안전성↑

현재 국내에 허가된 CAR-T 치료제는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유일하다. 미국 FDA는 현재까지 킴리아를 비롯해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아베크마·브레얀지, 존슨앤드존슨(J&J)의 카빅티, 길리어드의 테카르투스·예스카타 등 6개의 CAR-T 치료제를 허가했다.

앞서 림카토는 임상 2상 시험 최종 결과에서 FDA가 허가한 6개 치료제보다 효능이 높다고 입증됐다.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환자의 비율인 완전관해율(CR)이 67.1%였는데, 킴리아(40%), 브레얀지(53%), 예스카타(54%)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안전성 결과도 더 좋다. 세포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3급 이상의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 발생률의 경우 림카토는 9%, 킴리아는 17%였다. 신경독성(NE)도 림카토 3.8%, 킴리아 11%로 림카토가 모두 더 낮았다.

림카토의 높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자 전 세계 CAR-T 치료제 시장이 급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CAR-T 치료제는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로 약 15억 달러(한화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킴리아, 카빅티, 아베크마 등은 3억6000만달러(5000억원)에서 5억1000만달러(7000억원) 사이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큐로셀를 이어 여러 기업들이 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앱클론(174900)은 임상 2상 시험 환자를 등록 중이며, 중간 결과가 이르면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티카로스는 임상 1상 환자 투약을 시작했고, 지씨셀(144510)HK이노엔(195940), 박셀바이오(323990) 등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T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HLB(028300)그룹의 HLB이노베이션(024850)도 CAR-T 치료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 베리스모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베리스모는 킴리아 개발을 이끈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이 2020년에 설립했다. 현재 악성 중피종, 난소암, 담관암 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