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의 항암제 옵디보와 정맥주사(IV)백. /로이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 주사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보다 투약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피하주사(SC) 제형을 잇달아 개발해 환자가 직접 항암제를 투여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는 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피하주사(SC) 제형인 ‘옵디보 큐반틱(Opdivo Qvantig)’에 대해 지난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과 비교해 유사한 효능과 안전성 등을 입증한 것이다.

근육에 주사하는 피하주사 제형의 강점은 짧은 투여 시간이다. 혈관(정맥)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데 30분~1시간가량 걸리지만 피하주사제형으로는 3~5분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제약업계는 피하주사 제형의 등장으로 환자가 집에서도 항암 치료를 하는 자가 투약 시대가 열린다고 전망했다.

윤나리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중개전략부문장은 “장기적으로 암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항암제를 스스로 투약할 수 있는 시대를 여는 게 SC 제형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를 위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옵디보는 2014년 피부암인 흑색종의 치료제로 처음 승인된 이후 20여 가지 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한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달러 약품) 면역항암제다. 옵디보의 2023년 연 매출 규모는 100억달러(약 14조 718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승인받은 옵디보 큐반틱은 흑색종을 비롯해 비소세포폐암·대장암·위암 등 11종 암환자에 투여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제형 변경을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를 방어하는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BMS는 오는 2027년 옵디보 주요 물질 특허 만료를 앞두고 SC 제형 개발에 돌입했다. 업계는 변경된 제형으로 특허를 연장하면 5~6년 정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고 예측했다.

앞서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티쎈트릭은 면역항암제 중 처음으로 지난해 유럽에 이어 올해 9월 미국에서 피하주사 허가를 받았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은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를 SC 제형으로 개발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도 국내 알테오젠(196170) 기술을 적용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SC 제형을 개발 중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 1위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도 알테오젠 기술을 활용해 SC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