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품질 관리 연구소 건설에 4억9000만달러(한화 6933억원)를 투자한다. 올들어 노보가 시설 증설에 쓴 돈만 10조원이 넘는다. 여전히 위고비의 공급 부족 문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생산 역량을 강화해 시장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4일(현지 시각) 덴마크 힐레뢰드에 5만3000㎡(1만6000평) 규모의 품질 연구 시설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이번 투시설이 첨단 품질 관리에 대한 최대 규모이며, 덴마크 품질 관리 운영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동시에 늘어나는 의약품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로린 라스무센 노보 노디스크 수석 부사장은 이날 “제조 역량을 확장하고,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설은 제품의 품질 보장은 물론 규제당국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일 첫 삽을 떴다.
이번 투자로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시설 증설에 투자한 금액은 70억9000만달러(10조316억원)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미국 백신 개발사인 노바백스의 체코 재조합 단백질 공장을 2억달러(283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힐레뢰드에 23억달러(3조2542억원)를 투자해 70만㎡ 규모의 생산시설 건설에 이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두 번째 완제 공장 건설에도 41억달러(5조8011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주사인 노보 홀딩스를 통해 세계 2위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미국 캐털란트 공장 3곳도 110억달러(15조5639억원)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단행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해 공급난을 겪고 있는 위고비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위고비는 지난 2022년 8월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에 이어 올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급 부족 목록(Drug Shortages Lists)에 추가됐다. 이 목록에 오른 의약품에 대해서는 조제전문약국 또는 중소 제약사의 복제약 제조·판매가 가능해진다.
위고비의 경쟁약인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도 위고비와 같은 달 공급 부족 목록에 올랐지만, 이후 생산량을 급속히 늘어나 지난 10월 목록에서 제외됐다. 위고비는 미국에서도 공보험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의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현지 위고비 가격은 한 달 처방 기준 약 1000달러(141만원)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는 복제약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미국인 200만명이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약의 복제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약 전문지인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현재 비만약 시장은 위고비의 점유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의 올 3분기 매출은 68억달러(9조6213억원)를 기록한 반면 릴리의 젭바운드는 44억달러(6조2256억원)였다. 아직은 위고비가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FDA 공급 부족 목록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점유율에도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체중 감량 효능을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효과가 47% 더 높은 것으로 나오면서 위고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