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우 듀켐바이오 대표는 지난 22일 "방사성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기업공개에서 조달한 자금을 알츠하이머병 진단제 설비 확대, 방사성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지윤 기자

알츠하이머병(성분명 레카네맙) 치료제 레켐비가 다음 달 국내에 출시된다. 업계는 국내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인 듀켐바이오(176750)가 레켐비 출시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본다. 레켐비 처방에 필요한 진단 시약을 이 회사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2023년 7월 미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한 치료제다.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는 원리다. 처방을 받으려면 표준진단법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 또는 뇌척수액(CSF)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확인돼야 한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쓰이는 PET-CT 진단제는 ‘뉴라체크’와 ‘비자밀’인데, 듀켐바이오는 이 의약품의 국내 생산권과 판권을 갖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듀켐바이오 사무실에서 만난 김상우 듀켐바이오 대표는 “우리는 생산실적 기준으로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치매 진단 시약을 비롯한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 센터에서 알츠하이머병 검사를 위해 진행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영상. /로이터

듀켐바이오가 국내에 공급하는 뉴라체크와 비자밀은 방사성 의약품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내는 방사선으로 표적을 진단하거나 변성 세포를 파괴해 치료한다. 방사성 의약품 진단제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염색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인 형태다. 주사 투여된 약물이 환자의 뇌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 달라붙어 색을 낸다. 동시에 방사성 동위원소가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방출하면 영상 장비로 진단할 수 있다.

듀켐바이오는 작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산 실적 기준으로 국내 암·파킨슨병 진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347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 규모로, 2021년부터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사업을 통해 거둔 수익과 이번에 IPO(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우선 생산 설비를 확대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코넥스시장은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에는 못 미치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상장시키기 위해 2013년 7월 개장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회사는 최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통과해 내달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국내 레켐비 약값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년 치료 기준으로 미국은 3500만원대, 일본은 2700만원대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도 비급여로 출시돼 시장에서는 3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값이 비싸다 보니 치료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시장 전망을 좋게 봤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338만명이다. 김 대표는 “한국치매학회가 재작년에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는 ‘가격과 상관없이 처방을 받겠다’고 답했다”며 “이는 국내 치매 환자 수에서 약 23만~24만명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방사성 의약품 진단제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이지만, 현재 생산능력은 9만 도즈(1회 접종분) 수준”이라며 “레켐비 처방을 희망하는 환자 수를 감안하면 진단제 수요가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2027년과 2028년에 6만 도즈씩 늘려 총 21만 도즈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 대표는 “치매 환자 수가 늘고 있고, 치매 치료제의 급여화 추진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현재 세계에서 임상시험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만 120개가 넘을 정도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른 진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듀켐바이오의 중장기 주요 목표로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방사성 의약품 치료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꼽았다. 그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방사성의약품 CDMO 시설을 확보하고, R&D(연구개발) 인력를 보강할 계획”이라며 “현재 아시아 지역엔 주요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 생산 기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방사성 의약품 경쟁사도 나중에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제약사인 스위스 노바티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로 성장을 이끌었다. 플루빅토 치료법은 방사성 의약품을 통해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한다.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해 전립선암 맞춤 PET-CT 검사를 시행한 후, 암세포에만 있는 단백질이 확인되면 플루빅토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방사성 의약품은 반감기가 짧고 동위원소 공급이 부족하다”며 “이런 이유로 노바티스의 플루빅토도 올해 공급난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들의 방사성 의약품 R&D가 늘고 있는 만큼, 치료제 위탁개발생산 수요도 커질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향후 10년간 11.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도 있다”고 했다.

듀켐바이오는 올해 방사성 의약품 R&D 업체인 라디오디앤에스랩스 지분 100%(6000주)를 약 23억원에 인수했다. 김 대표는 “라이도앤에스랩스 인수를 완료하고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해 방사성 의약품 분야에서 진단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사업화 역량을 강화해 시장 경쟁력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