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세계 비만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미국 일라이 릴리보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먼저 진입하며 실적 확대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국내 의료계 일각에선 위고비가 거대 시장인 중국에 출시되면서 한국 시장 공급이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일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지난 중국에서 위고비 판매는 지난 18일부터 시작됐다.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유사체 계열 비만 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와 리샤오잉 푸단대 중산병원 내분비학과장에 따르면 중국에서 위고비를 처방받은 첫 환자는 40세 남성으로 현재 체중은 102㎏, 체질량지수(BMI)는 32이다. BMI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가 30 이상일 때 비만으로 정의하는데, 중국은 BMI 28 이상부터 비만으로 본다.
업계는 노보 노디스크가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에서 앞서고자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제약 시장으로 불린다. 특히 중국은 비만 기준이 다른 곳보다 낮아 비만 인구가 1억8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료계는 노보 노디스크가 중국 시장에 집중하면 한국 시장이 공급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고비를 처방한 한 의사는 “노보 노디스크가 중국에 위고비 공급을 개시하면서 한국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고비는 0.25㎎, 0.5㎎, 1.0㎎, 1.7㎎, 2.4㎎ 등 용량별로 5가지 제품이 있는데, 신규 의료기관과 약국은 용량별로 2펜씩 공급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넘치는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면서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초래했다. 이런 이유로 국가별 출시 일정이 달랐다. 2021년 6월 미국에 가장 먼저 출시했으며, 지난해 1월부터 덴마크·노르웨이, 7월 독일, 9월 영국에 순차적으로 판매했다. 한국에선 지난달부터 출시했다. 의료계는 수요 폭증으로 시장 규모가 더 큰 중국에 공급 우선 순위를 둘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한국 출시 후 공급에 대한 계획에 변화가 없다”면서 “노보 노디스크는 국내 공급 계획과 예측에 근거해 안정적인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내 유통 물량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유통 물량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위고비는 공공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에 따르면 위고비의 첫 투여 환자 기준으로 한 달치 분량 가격은 1400위안(약 26만원)이다. 미국 한 달 분은 약 1349달러(180만원)다. 국내에서 같은 기준 위고비 공급가는 37만2025원이다. 비급여이므로 처방기관마다 환자가 부담하는 최종 가격은 다르다. 환자의 한 달 부담은 80만원대로 추정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7월 중국에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아직 출시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당뇨병 치료제와 동일한 제품명 마운자로로 출시될 예정이다. 마운자로·젭바운드도 세계 시장에서 출시 이후 공급 부족을 겪어왔다. 일라이 릴리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젭바운드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한국지사가 홍보대행사와 함께 홍보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