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008930)가 8000억원대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을 기업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등에 투입해 2028년까지 2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업주 일가 형제 측의 이러한 성장 전략이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가족 간 분쟁이 계속돼 주주 분들과 직원들께 송구하다”면서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 경영을 안정화해, 저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가 2027년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 창업자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차남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로이스 김 한미그룹 브랜드본부장,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 사업부문 부사장과 계열사인 온라인팜·한미정밀화학·JVM 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불참했다.
한미약품(128940)그룹은 고 임 회장의 아내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종윤·종훈 형제 측 사이에서년 가까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모녀는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잡고 대주주 3자 연합을 결성했다.
임 대표가 이날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한 것은 오는 28일 이사회 정원 확대를 두고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와 다음 달 19일 박재현 대표 해임 안건을 다루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2%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연대는 앞서 3자 연합 지지의사를 밝힌 뒤 바로 철회해 어느 쪽으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매출 2조3267억원과 영업이익률 13.75%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기업 M&A에 5680억원, R&D에 2000억원, 제조시설에 420억원, IT(정보기술) 인프라에 50억원 등 총 81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투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임종훈 대표는 “현재 SI(전략적 투자자), FI(재무적 투자자)와 투자를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 비밀유지각서(NDA)까지 맺었다”며 “이는 외부 세력으로 보기보다는 온전히 사업 발전과 글로벌화 목적에 의한 투자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달한 투자금은 한미그룹의 중장기 성장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전날 공시에 이어 주요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업 M&A와 공동판매(Co-promotion·코프로모션)를 통한 신규 치료 영역 확대, 비만·대사·항암 등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강화, 원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제약 영역 외에도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컨슈머 헬스케어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도 내놨다.
경영권의 분수령이 될 주주친화 정책도 밝혔다. 회사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주주환원율을 2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금배당은 연평균 20%로 늘리는 동시에, 같은 시기 총발행주식수 대비 연평균 0.5%의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매입하고 소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주주 3자 연합은 이날 오전 한미사이언스의 투자금 조달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3자 연합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작성된 보고서와 한미사이언스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번 전략 발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략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815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3자 연합의 비판에 대해 “한미그룹 경영권이 제3자나 기타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며 “가족 화합을 이루고 분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3자 개입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