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청이 겨울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에 대한 국가예방접종(NIP)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허가를 앞둔 RSV 백신들에 관심이 쏠린다./조선DB

질병관리청이 겨울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NIP)사업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국내 허가를 앞둔 RSV 백신에 관심이 쏠린다. 국산 백신은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당분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심사 중인 RSV 백신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렉스비, 미국 화이자의 아브리스보 등이다. RSV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약 70년이 됐지만, 백신은 지난해에야 나왔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아렉스비가 최초 RSV 백신이다. 아렉스비는 5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승인을 받았다.

RSV는 결막이나 코의 점막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재채기, 코막힘, 인후통,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킨다. 주로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철에 유행한다. 성인이 RSV에 감염되면 무증상이거나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도 곧 회복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울혈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국내 RSV 검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RSV 감염 환자는 매년 약 3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16만명이 사망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RSV로 인한 입원 환자 수는 약 1만1000명이었는데, 올해 초 1~3월 RSV 감염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나 증가했다.

지난달 국회 종합감사에서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는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RSV 백신 관련 질의에 “RSV 백신의 국내 허가에 대비해 국가예방접종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며 “현재 국내 허가된 백신은 없어 식약처 허가 사항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답했다.

그래픽=정서희

미 FDA의 첫 허가를 받은 백신 아렉스비는 출시와 동시에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쟁사인 화이자의 아브리스보가 바로 뒤이어 승인을 받으면서 GSK의 시장 독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GSK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5억달러(한화 2조560억원)에 달했던 아렉스비의 매출이 올해 3분기 2억4400만달러(한화 3345억원)로 떨어졌다.

반면 화이자의 아브리스보는 접종 대상을 빠르게 넓히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60세 이상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FDA 승인은 아렉스비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지난달 24일 RSV 백신 중 처음으로 18~59세 성인 대상으로 추가 승인을 받으며 향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모더나의 엠레스비아도 지난 5월 60세 이상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엠레스비아는 RSV를 예방하는 세계 최초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국한됐던 mRNA 백신이 다른 감염 질환으로 확장한 첫 사례다. 모더나는 엠레스비의 식약처 승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백신 외에 국내 허가를 받은 RSV 바이러스 예방 약품도 있다.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한 항체 주사제 베이포투스다. 지난해 7월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은 뒤 올해 4월 식약처 허가까지 받았다. 오는 2024-2025 절기 시즌에 맞춰 국내 공급될 예정이다.

베이포투스는 조금 다른 원리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 GSK·화이자·모더나의 백신이 바이러스의 단백질인 항원을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라면, 베이포투스는 RSV에 대한 항체를 주사제를 통해 직접 몸속으로 넣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 백신이 약한 적군을 경험해 나중에 맞설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면, 항체 주사제는 준비된 군인을 미리 투입하는 식이다.

RSV 백신이나 항체 주사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RSV 백신 개발을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바이오로직스(206650)는 RSV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모더나와 같은 mRNA 방식의 RSV 백신 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9년 RSV 백신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