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 환자의 무릎 관절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오슬로대 등 공동 연구팀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당뇨치료제인 위고비·오젬픽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 환자의 무릎 관절염 통증을 급격히 줄였다”고 지난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펩타이드(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도록 돕는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고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했다.
앞서 위고비가 암과 알츠하이머 치매,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왔다. 이번 연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5개 대륙에서 400여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과 위약(가짜약) 투약군으로 나눠 68주간 각각 세마글루타이드와 위약을 매일 투여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전체 참가자들은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 활동에 대한 상담도 받았다.
시험 참가자들은 모두 비만으로, 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 척도가 평균 70.9점에 달했다. 이는 걷는 것만으로도 큰 고통을 받는 수준이다. 68주간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은 투약군의 무릎 통증 척도가 대폭 떨어졌다. 위약군보다 훨씬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한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은 평균 통증 척도가 42점 떨어졌고, 위약 투약군은 28점만 낮아졌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은 계단 오르기를 비롯한 일상생활 기능에서 큰 개선 효과를 느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로 체중 감량이 이뤄지면서 무릎 부담을 감소시킨 데다 세마글루타이드가 항염 효과가 있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비만 환자들이 무릎 관절염 치료를 위해 세마글루타이드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 현상과 비싼 약값이 그 이유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체중 유지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생활 방식을 바꾸고, 비만 치료제를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5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