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센스가 개발한 연속혈당측정기(CGM) 제품인 '케어센스 에어'./아이센스

한국 삼성전자(005930)와 미국 애플이 스마트기기에 혈당 관리 기능을 담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개발한 업체들과 협업에 나섰다. 성공하면 피를 뽑지 않고도 스마트기기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어 당뇨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기기에 혈당 측정기를 구현하려면 피를 뽑지 않는 혈당 측정기의 안전성과 정확도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세계 시장 출시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CGM 업체들의 서비스를 자사 스마트기기에 연동하는 협업에 돌입했다. 삼성은 국내 업체인 아이센스(099190)와, 애플은 미국 업체인 애보트, 덱스콤과 손을 잡았다. 삼성·애플의 최종 목표는 각 사의 스마트기기에 자체 CGM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7월부터 국내 대표 CGM 업체인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가 삼성 헬스 스마트기기에서 연동되도록 했다. 케어센스 에어는 팔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다. 국내에 출시된 CGM 중 가장 작고 가벼운 데다 센서와 트랜스미터(송신기)가 일체형이어서 측정이 간편하다. 또, 한번 피부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케어센스 에어가 15일로 가장 길다.

지금은 당뇨병 환자가 손가락에서 피를 뽑아 자가혈당측정기(BGM)로 검사한다. 이와 달리 CGM은 센서가 달린 바늘을 피하지방에 삽입해 세포 간질액으로 혈당을 연속으로 측정한다. 피를 뽑는 불편 없이 알아서 혈당을 측정해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CGM 시장은 2023년 46억달러(약 6조3600억원)에서 2030년 75억달러(약 10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이센스 관계자는 “케어센스 에어 앱으로는 사용자의 혈당 수치만 볼 수 있다면, 삼성 헬스 앱(app·응용프로그램)과 연동해 몸무게, 운동, 식이, 수면 등 다양한 건강 데이터와 통합돼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케어센스 에어는 현재 유럽연합(EU)의 의료기기 품질·안전성 평가 기준인 CE(유럽통합인증마크) 인증을 받아 헝가리, 영국, 독일 등에도 출시했다. 내년에는 미국 임상시험에 진입해 오는 2026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애플은 미국 CGM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애플 헬스 앱에서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덱스콤의 ‘G7′ 등의 연동이 가능하다. 현재 애플워치(시계)에도 G7을 연동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미국과 한국 업체가 결합한 앱도 나왔다. 카카오의 헬스케어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가 지난 2월 출시한 모바일 혈당관리 앱 ‘파스타’도 케어센스 에어와 G7과 연동돼 있다. 이 파스타 앱은 지난 7월부터 구글과 애플 헬스 앱과도 연동되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연속혈당측정기 제품들. 왼쪽부터 프리스타일 리브레(한국 애보트), 가디언커넥트(메드트로닉), 덱스콤G6(휴온스). /최정석 기자

삼성과 애플은 CGM 측정 데이터를 연동하는 데서 나아가 CGM 기능을 아예 스마트워치, 스마트링(반지) 등의 기기에 결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별개의 서비스와 연동해 쓰는 것을 넘어, 아예 스마트기기로 편리하게 혈당을 측정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애플은 스마트폰의 자체 건강 관리 앱인 애플 헬스에서 혈당 관리 서비스를 시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당뇨병 전 단계(당뇨 전증) 상태 관리에 도움이 되는 앱과 혈당 관리 기능을 비밀리에 시험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지난 15년간 비침습적 혈당 추적기에 투자한 만큼 차세대 헬스케어 제품에는 기기와 앱을 통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애플은 비침습 혈당 측정을 위한 센서를 소형화하고, 발열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GM이 스마트워치에 탑재할 만큼 작은 센서로 작동돼야 하는데, 애플은 아직 아이폰 크기만 한 센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또한 올 초 시계와 반지 형태의 스마트기기인 갤럭시 워치와 링에 혈당 측정 기능을 포함시킬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내 CGM 개발 업체 관계자는 “CGM은 워낙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제품이어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CGM 서비스를 삼성·애플의 자체 앱에 연동하면, 관련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들이 쌓이니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애플이 최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규제도 극복해야 한다. 최근 FDA는 비침습 방식 CGM이 기존 채혈 방식보다 정확성이 떨어져 당뇨병 관리에 오류가 발생하면 자칫 환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세계 CGM 1위인 미국 애보트의 CGM 제품인 ‘프리스타일 리브레3′의 센서에서 고혈당 수치를 오측정하는 문제가 발생해 자발적인 리콜(회수) 조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