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9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의료기기를 둘러보고 있다./뉴스1

그동안 가상·증강 현실, 나노기술, 디지털 치료제 같은 새로운 의료 기술을 환자 치료에 쓰려면,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평가를 통해 효과·안전성을 입증해야 했다. 이런 사전 규제 방식이 환자들의 의료 기술 수혜와 의료산업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정부가 새로운 의료 기술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오는 29일부터 12월 9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기간에 복지부에 제출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인허가받은 신의료기술을 먼저 시장에 진입시킨 뒤에 신의료기술 평가를 하는 ‘선(先)진입, 후(後)평가’ 제도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2007년 도입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에 따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신기술 여부 확인을 거쳐 다시 효과·안전성을 검증하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만 환자가 사용할 수 있다. 평가 중에는 해당 기기의 판매·사용이 금지됐다. 비급여 조건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평가 유예제도가 있지만, 인공지능(AI)과 3차원(3D) 프린팅, 로봇 정도로 기술 범위를 제한해 왔다.

이런 방식이 환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새로운 의료 기술의 혜택을 받고 의료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고, 시장 진입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인허가를 받은 신의료기술이라면 환자들이 먼저 쓸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한 것이다. 피부를 손대지 않고 질병을 진단하는 비침습 진단 기술에서 진단·치료까지 포함한 전체 비침습 의료 기술로 대상이 확대된다. 평가를 유예해 주는 기간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대신 정부는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안전성 우려가 큰 기술은 즉시 사용을 중단 조치한다. 선진입 기술을 환자에 사용하기 전에 동의서를 구하고, 사용 현황 보고를 의무화한다. 위해 수준이 높다고 평가된 선진입 기술은 사용 중단되며, 의료 기술의 재평가 근거 조항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022년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 이후 의료계·산업계·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의견과 현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이번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선진입 의료 기술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우수한 기술을 시장에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