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약심위)를 거치지 않고 승인된 것에 대해 “지난 2021년 국내 허가신청이 들어왔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심사 결과와 비교해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약심위를 거치지 않고 허가가 이뤄진 레켐비에 대해 “(식약처는)호주, 유럽 등 레켐비를 허가하지 않은 나라들의 사례를 제외하고, 허가된 국가만 나열한 답변서를 보냈다”며 “1년 동안 3500만원이 드는 레켐비의 허가에 대해 미리 답을 정해놓고 짜맞추기 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10일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유럽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부작용으로 허가 불승인이 권고된 치매 신약이 국내에서는 중앙약심 검토 없이 허가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전 의원은 “2023년부터 국내 허가된 신약 33개 성분 가운데, 6개 성분만 허가심사 과정 중 중앙약심이 개최됐다면서 필수 절차는 아니라고 하지만, 성급한 허가 과정을 실토한 것”이라며 “관련 문헌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식약처 허가는 각 국가의 규제기관의 임상결과와 더불어 대체치료제의 존재 유무, 사회적 위중성 등으로 판단한다”며 “각 국의 규제기관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레켐비 이전에 ‘아두헬름’ 치료제가 2021년 미국 FDA 허가가 이뤄졌고, 2022년 식약처에 허가가 들어왔다”며 “위해성, 유익성 등의 비율 판단이 어려워 중앙약심을 열었고, 부정적 의견이 많아 업체에서 자진 취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허가는 났지만, 대한민국 허가는 나지 않았다”며 “이후 같은 업체인 에자이에서 아두헬름의 위해성은 낮추고 유익성은 개선한 레켐비의 허가신청을 했고, 아두헬름 심사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고려해 중앙약심 없이 허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2023년 7월 FDA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을 획득했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 속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축적을 막는 효과를 낸다. 임상 3상에서 인지 능력 감소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투약 환자의 13%가 뇌 부종을 경험하고, 17%가 뇌출혈을 겪는 등 부작용도 뚜렷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이스라엘, UAE에서 승인을 획득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판매되고 있다.

레켐비는 오는 12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