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임신 계획을 세운 남성이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복용해도 아기가 선천적 기형을 갖고 태어날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픽사베이

남성이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복용해도 아기가 선천적 기형을 갖고 태어날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전 연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초기부터 처방 가능하며,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이다.

국립 타이완대 의대 연구진은 남성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해도 태아의 선천적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했다.

앞서 2022년 덴마크 남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이 태아 기형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첨단 내분비학’에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덴마크에서 1997~2016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 111만6779명을 대상으로 선천적 기형 여부와, 부모의 메트포르민 처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기형 발생율은 3.3%였는데, 특히 정자가 발달하는 시기인 임신 3개월 전에 아빠가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경우 그 위험은 5.2%로 40%나 더 커졌다.

이 연구가 나온 후 메트포르민이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퍼졌다. 포털에 메트포르민만 검색해도 관련 연구 결과와 함께, 자녀 계획이 있는 남성은 메트포르민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다수 나온다.

이번 타이완대 의대 연구진이 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메트포르민 사용과 자녀의 선천적 기형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 연구진은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 태어난 아이들 300만 여명을 대상으로, 임신 3개월 전 남성의 메트포르민 복용 여부에 따라 선천적 기형이 있는지 확인했다. 노르웨이에서는 61만9389명 중 2075명(0.3%)이, 타이완에서는 256만3812명 중 1만5276명(0.6%)이 여성의 임신 3개월 전에 배우자인 남성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했다.

연구 결과 노르웨이에서는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남성의 자녀 중 5.0%, 미복용자의 자녀 중 3.9%가 선천적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타이완에서는 각각 3.1%와 3.4%가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자 발달 기간 동안 남성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해도 자녀가 선천적 기형을 안고 태어날 위험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2형 당뇨병이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다. 메트포르민은 전 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 수백만명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쓰는 약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메트포르민을 자녀 계획과 관계 없이 계속 복용해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찬나 자야세나(Channa Jayasena)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내분비학과 교수는 영국의 과학언론 지원기관인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를 통해 “이전 덴마크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환자가 꼭 필요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게 할 위험이 있었다”며 “이번 타이완대 연구진 연구 결과는 300만여 명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로 남성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해도 자녀에게 선천적 기형이 발생하지 않음을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말했다.

앨런 페이시(Allan Pacey) 영국 맨체스터대 남성학과 교수는 “메트포르민 복용과 태아 기형 발생 간에는 생물학적 연관 관계가 전혀 없으며 실제 연관성이 없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메트포르민이 제2형 당뇨병 남성 환자에게 안전한 약물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BMJ(2024), DOI: https://doi.org/10.1136/bmj-2024-080127

Frontiers in Endocrinology(2022), DOI: https://doi.org/10.3389/fendo.2022.1000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