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4'에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요코하마(일본)=송복규 기자

전 세계 바이오 기업이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에 모였다. 일본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제약사들도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일본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길을 모색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다른 나라 기업들도 해외 파트너를 찾아 같은 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 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재팬 2024’가 9일 요코하마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최됐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1480여 곳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도 136곳이 참여했다. 지난해는 전 세계 기업 1040곳이 참여하고 기업 상담 2만 건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행사 규모가 더 커져 기업 상담이 더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재팬 행사는 전시와 세미나, 파트너링을 동시에 진행한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과 대학, 기관은 자신들의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부스를 만들고, 관련 세미나를 열 수 있다. 이외에도 전 세계 바이오 기업 간 미팅을 진행해 협업 강화와 기술 수출(라이센싱 아웃)을 논의한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특히 위탁개발생산(CDMO) 협력사를 찾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우에노 히로아키 일본제약공업협회장이 9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2024'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요코하마(일본)=송복규 기자

행사 첫날인 이날 기조강연은 토도 토모키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교수와 우에노 히로아키 일본제약공업협회장, 이안 폴크스 영국 암연구소 이사가 나섰다. 기조강연자 중 우에노 히로아키 일본제약공업협회장은 일본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을 위한 노력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우에노 회장은 “의약품은 시대에 따라 미충족 수요가 달라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암과 노쇠에 따른 사망률이 가장 높아지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화합물 기반의 의약품이 주류였지만, 현재는 항체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등 미충족 수요에 맞춰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측면에서도 2000~2022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4.1배 성장했다”고 했다.

신약 개발에선 ‘협업’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우에노 회장은 “다양한 접근법이 의약품 개발에 적용되면서 일본의 제약시장 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와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제약업계도 학계와 정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일본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일본의 최근 상황에 주목해 CDMO 역량을 강조하며 바이오재팬에서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바이오재팬에 참가한 주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 롯데바이오로직스, 한미정밀화학, 이엔셀(456070) 등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만든 생물보안법으로 발생한 수요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CDMO 공장 현황을 소개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대표가 처음 일본을 찾아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바이오재팬이 열리는 기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024 세계 제약·바이오 전시회(CPHI)’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행보다. 존림 대표는 바이오재팬에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협업을 논의한다.

행사 둘째 날인 10일은 국제 바이오 기관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서밋’이 열린다. 바이오 클러스터 서밋은 사카타 쓰네아키 일본 전국생물공동체연락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을 포함해 미국·영국·스페인·프랑스·대만 바이오 기관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선다.

11일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바이오클러스터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가 개최하는 재생의학 분야 세미나가 열린다. 이 세미나에는 주지현 입셀 대표와 황유경 씨티엑스 대표가 패널로 참석한다. 입셀과 씨티엑스는 줄기세포기술을 활용해 세포치료제와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