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조선비즈DB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오름테라퓨틱은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즈에 대규모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면서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오름테라퓨틱은 2026년 두 회사로부터 받을 기술료에 더해 추가 기술이전으로 8000억원의 시가총액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핵심 기술과 기술이전 성과, 코스닥 상장 이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으로 R&D(연구개발) 역량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며 “현재 여러 파트너사들과 추가 기술수출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오는 11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기술성 평가에서 A, BBB 등급 받았고, 지난 9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오름테라퓨틱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결합한 새로운 기술인 항체-분해약물 접합체(DAC)를 개발하고 있다. ADC는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서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하는 유도미사일 항암제와 같다. DAC는 항체에 약물 대신 TPD를 결합해 전달한다.

ADC는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보였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는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로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ADC 돌풍을 일으켰다. 2022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엔허투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오름테라퓨틱은 ADC와 TPD를 결합한 DAC로 더 큰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TPD는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독성을 최소화하고 세포 안에 있는 표적에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해 암 세포를 죽이는 장점이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이러한 DAC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BMS에 TPD 후보물질인 ORM-6151을 기술수출했다. 선급금으로 약 1350억원을 받았고, 오는 2026년에는 임상 1상 시험 종료에 따른 403억원의 기술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래픽=손민균

올 7월에는 버텍스 파마슈티컬즈와 총 3개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TPD 플랫폼을 수출했다. 약 4180억원 규모 계약이며, 역시 2026년 첫 번째 후보물질의 임상시험 진입과 두 번째 후보물질 개발로 약 300억원을 추가로 받는다. 버텍스는 해당 기술을 활용해 3개 후보물질에 대해 골수 환경을 깨끗이 하는 전처치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BMS 기술이전 계약으로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매출 1354억원, 영업이익 95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약 270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대했지만, 회사는 올해 15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정인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매년 발생하는 R&D 비용 규모가 다르다”며 “2년 뒤인 2026년에는 930억원의 매출을 내고 흑자전환에 성공해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6년 8월 대전에 본사를 설립한 오름테라퓨틱은 2019년 미국 보스턴에도 연구소를 열었다. 항체 연구와 개발은 대전 본사에서, ADC나 화학 분야 연구는 보스턴 연구소에서 진행한다. 후보물질의 임상시험도 미국에서 실시한다.

오름테라퓨틱은 현재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ORM-5029와 소세포폐암 치료제 ORM-1023, 혈액암 치료제 ORM-1153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방암 치료제인 ORM-5029는 “지난 2022년 미국 FDA(식품의약국)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아 유방암 환자 중 HER2 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임상 단계인 소세포폐암·혈액암 치료 물질은 2026년 전임상을 마친 뒤 기술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