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특별법 시행 1주년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천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미국 임상시험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으로 만드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미국 임상시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인수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나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계속 적자에 시달린 터라 신약 개발 성과가 절실하다.

천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특별법 시행 1주년 콘퍼런스’에서 만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JRB-101은 환자 모집이 끝나는 대로 미국 임상 1/2상에 바로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말로, 미생물 생태계를 의미한다. 장에는 미생물 수십조개가 있는데, 이들의 유전자가 사람의 신진대사와 면역력에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을 복용하면 장내 미생물 환경에 변화가 생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CJRB-101은 CJ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의학·약학 분야) 부문이 보유한 미생물 균주를 이용해 만든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먹는 경구용 치료제다. 회사는 CJRB-101 단독요법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각각 비소세포폐암과 두경부암, 피부암(흑색종)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CJRB-101의 주요 적응증을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으로 할 예정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임상시험에서 흑색종 환자를 중심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찾기 쉬웠지만, 흑색종 환자를 모집하는 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파이프라인./CJ바이오사이언스

CJRB-101 외에 다른 신약후보물질은 개발이 더디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후보물질 4건과 지난해 영국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4D파마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 11개를 합해 총 15개를 확보했다. 이 중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CJRB-205는 4D파마에서 임상 2상까지 진행했지만, CJ바이오사이언스는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천 대표는 “(CJRB-205는) 4D파마에서 임상 2상까지 진행한 기술을 들여온 것이지만, 따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개발 프로젝트를 꾸릴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요 파이프라인도 CJRB-101을 제외하면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일단 항암제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천 대표는 지난 6월 회사 비전을 선포하며 오는 2026년까지 기술 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천 대표는 기술 수출과 관련해 “기술 수출은 아무래도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항암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전임상 데이터 수준에서도 기술 수출을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실적 개선을 위해 기술 수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천 대표가 창업한 천랩을 인수하고 레드바이오 분야를 합쳐 2022년 4월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했다. 하지만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매출액은 지난해 55억원, 2022년 40억원이다. 영업손실액은 지난해 320억원, 2022년 33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흑자 전환은 기술 수출이 완료되면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이 아직 태동기인 만큼 수익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FDA가 승인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경구용 치료제 ‘보우스트’와 스위스 리바이오틱스의 좌약 치료제 ‘레비요타’ 2개가 전부다. 두 치료제 모두 장염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치료제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는 상황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보유하고 있는 미생물 기반 과학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역량으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