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치료 가능한 질환이 6가지로 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COPD 환자 치료에 듀피젠트를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COPD는 환자가 호흡 곤란을 겪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으로,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이다. 폐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 질환으로 꼽힌다.
듀피젠트는 인체의 면역과 염증 시스템을 조절하는 신호전달물질인 인터류킨(IL)-4D와 IL-13을 동시에 억제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7년 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천식, 부비동염, 결절성 가려움 발진(양진), 식도염에 이어 폐질환까지 적응증이 6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15조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사노피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단숨에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지만, 듀피젠트의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개발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업계는 사노피·리제네론의 촘촘한 특허 방어 전략을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특허 등록상황을 살펴보면, 듀피젠트프리필드 200㎎과 300㎎ 등 두 가지 용량별로 특허가 각각 12건씩 등록돼 있다. 이들 특허 만료 시기는 최소 2031년 5월에서 최대 2035년 2월까지 다양하다.
이번에 적응증이 새로 추가되면서 특허 만료 시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리제네론은 듀피젠트의 적응증을 폐질환에 이어 다른 염증성 질환으로 확대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듀피젠트의 2030년 매출액은 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 문제뿐 아니라 IL 억제제 계열 약물 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이 적은 이유로 꼽힌다. 국내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듀피젠트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기업은 국내외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며 “IL 억제제 계열 R&D(연구개발)가 초기 단계여서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려면 특허와 무관하게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인 셀트리온(068270)이 최근 듀피젠트로 대표되는 IL 억제제 계열 의약품 연구로 파이프라인(제품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프로젠(007460) 또한 듀피젠트의 바이오시밀러 연구에 착수했지만, 우선 지난해 1월 특허가 만료된 자가면역치료제 블록버스터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