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성 비염 관련 이미지./Penn Medicine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고통을 겪는 환절기가 돌아왔다. 환자들은 커지는 일교차와 먼지, 꽃가루에 취약해 콧물과 코 막힘, 재채기, 가려움증에 시달린다. 기존에 출시된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는 졸음이 쏟아지고 입이 바싹 마르는 불편함이 컸다. 국내 제약사들이 환자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알레르기 비염 의약품을 내놓고 있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사이에서 최근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개발·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치료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안에 있는 점막이 특정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환자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콧물과 코막힘, 가려움증, 재채기로 불편한 일상을 겪는다. 특히 비염이 심해지면 코에 가까운 뼛속 공간인 부비강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증식하는 부비동염(축농증)으로 이어진다.

항(抗)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주로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으로 많이 판매된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인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는다. 히스타민은 염증에 대항해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는 물질인데 지나치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UCB제약이 개발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 지르텍./지오영

국내 1위 항히스타민제는 2세대에 해당하는 지르텍(성분명 세티리진)이다. 지르텍은 1987년 벨기에 유씨비(UCB)제약이 개발한 항히스타민제 OTC이다. 국내에서는 삼일제약(000520)유한양행(000100)이 판매하다가 최근에는 제일약품(271980)과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이 공급하고 있다. 지오영에 따르면 지르텍은 지난해 국내 약국용 항히스타민제 시장에서 연간 점유율 61%를 기록했다.

항히스타민제는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졸음과 구강 건조, 집중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메퀴타진 같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났다. 지르텍이나 로라타딘은 뇌와 신경계에 바로 작용하지 않도록 개발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이다. 하지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도 일상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들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을 줄인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 3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펙소페나딘을 주성분으로 한다. 뇌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이 있다. 국내사들은 약물이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로 가지 못하게 만들어 2세대보다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했다.

유유제약(000220)은 지난달 펙소페나딘을 주성분으로 하는 알레스타정을 출시했다. 졸음과 구강 건조 같은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낮에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알피바이오(314140)는 펙소페나딘을 연질캡슐로 개발해 SK케미칼(285130)과 GC녹십자(006280), JW중외제약(001060), 종근당(185750)을 통해 판매 중이다.

알레르기 비염 신약을 개발하는 곳들도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은 알레르기 증상과 천식을 치료하는 신약후보물질 GI-301과 GI-305를 개발 중이다. GI-301은 지난해 일본 제약사 마루호에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현재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033270)도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치료 후보물질 UI064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UI064는 항히스타민제와 염증성 물질인 류코트리엔을 조절하는 약물을 합쳐 만든 신약후보물질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가 집계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 추이를 보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지난해 기준 743만명이다. 10년 전인 2014년(630만명)보다 17.9% 많아진 수준이다. 호흡기 질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면서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최근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인 치료제를 국내 제약사들이 출시하고 있다”며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