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생산 공장.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지난해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에 이어 후속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는 데 실패했다. 두 회사는 이 물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유방암 치료제로 이미 허가 신청을 해둔 상태인 만큼,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허가를 받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23일(현지 시각)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ADC 약물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3상에서 전체 생존율(OS)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ADC는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서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하는 유도미사일 항암제와 같다. 앞서 두 회사는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로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ADC 돌풍을 일으켰다. 2022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엔허투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 FDA는 지난 4월 엔허투를 유방암을 비롯한 모든 고형암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은 엔허투의 후속 물질로, 두 회사가 또 한 번 ADC 성공 신화를 쓰게 될지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유방암 환자의 70% 이상은 세포의 표면에 호르몬 수용체(HR)가 많이 생성되거나,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는 생기지 않는다(HR+/HER-). 두 회사가 개발한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은 이런 전이성 유방암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인 TROP2를 표적으로 한다.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지난해 FDA 승인을 받은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ADC 유방암 치료제인 ‘트로델비’를 넘어서는 결과로 기대가 컸다. 트로델비도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처럼 TROP2를 표적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발표된 후기 임상시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두 회사는 과거 전신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또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 화학요법과 비교 평가했다. 항암제의 임상 3상 시험의 주요 평가지표는 1·2차로 나뉜다. 1차 지표는 암의 진행이나 전이 없이 생존한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이며, 치료 후 환자가 생존한 기간인 전체 생존율(OS)이 2차 지표다. 양사는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이 PFS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인 1차 평가지표를 토대로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2차 평가지표인 OS는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 길리어드의 트로델비는 임상 3상 시험에서 3.2개월의 OS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은 유의미한 수치를 얻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이 물질은 앞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에서도 개선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수잔 갈브레이스 아스트라제네카 종양학 R&D(연구개발) 총괄 부사장은 미국 제약 전문지인 피어스파마에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의 임상적 가치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의 FDA 승인 여부는 내년 1분기쯤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