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어린이가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을 마시고 있다./국제백신연구소

분쟁과 기후 위기로 전 세계에 콜레라가 퍼지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콜레라 사망자 수가 1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예방 백신이지만, 늘어나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비상이 걸렸다. 세계 유일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공급 업체인 유바이오로직스(206650)도 서둘러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일 WHO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보고된 전 세계 콜레라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71% 늘어난 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위장 감염병으로, 세계에서 매년 환자가 286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구토와 설사로 독성 박테리아를 배출하는데, 탈수로 인해 단 하루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콜레라는 백신만 맞으면 비교적 예방이 쉬운 감염병이다. 하지만 이전에 콜레라 확산이 없었던 국가에서 대규모로 발병하면서 사망자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콜레라 확산이 보고된 국가는 45국으로, 2021년(35개국)보다 크게 늘었다. 대부분 저소득 국가들이다.

WHO는 콜레라 사망자 수가 급증한 이유로 국가 간 분쟁과 기후 변화를 꼽았다. 실제로 내전으로 난민이 900만명 이상 발생한 수단은 위생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수용소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콜레라가 퍼졌다. 홍수·가뭄으로 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식수원 한두 곳에 사람이 몰리면서 물이 오염돼 수천명이 감염됐다.

필립 바르보자 WHO 콜레라 대응팀장은 11일 뉴욕타임스(NYT)에 “콜레라 환자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이로 인한 사망률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2024년에 깨끗한 물을 찾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콜레라 백신뿐이다. WHO는 확실한 콜레라 예방을 위해서는 내년부터 백신 8000만 도즈(dose·1도즈는 1회 접종량)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더 많은 백신을 비축하기 위해 콜레라 확산 지역 주민들에게 표준 2회 접종 대신 1회 접종만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 달 간격으로 2회 접종할 경우 약 4년간 예방할 수 있지만, 한 번만 접종해도 6개월~2년 동안 항체가 유지된다.

그러나 백신 생산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국제 기구에 백신을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의 유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한데, 급증하는 수요를 혼자서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경구용(먹는) 콜레라 백신 ‘유비콜’을 개발한 유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유일한 경쟁자였던 인도 샨타바이오텍이 콜레라 백신 샨콜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독점 업체가 됐다. 인도 바라트바이오텍이 새로운 콜레라 백신 힐콜을 개발 중인데, WHO 승인을 거쳐 2026년 말부터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유바이오로직스가 전 세계 콜레라 퇴치를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유바이오로직스가 2018년 기존 유리 바이알 형태의 유비콜에서 파손 위험이 적은 플라스틱 제형으로 개발한 ‘유비콜 플러스’/뉴스1

현재 유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연 최대 생산량은 약 4500만 도즈에 그친다. 다만 현재 짓고 있는 2공장 완제시설이 내년 하반기 완공되면 생산력이 2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GC녹십자(006280)에도 도움을 청했다. GC녹십자는 위탁생산(CMO) 계약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1500만 도즈 이상의 유비콜 생산을 맡았다.

회사는 콜레라 백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백신 제품군도 추가로 개발했다. 약물을 유리병인 바이알에 넣은 유비콜에서 2018년부터 파손 위험이 적은 플라스틱 용기에 넣은 ‘유비콜 플러스’, 원액 제조방법을 개선해 생산성을 40% 높인 개량 백신 ‘유비콜-S’까지 총 3개로 늘렸다. 유비콜-S는 빌게이츠 재단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아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개발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유비콜-S 개발을 완료했다”며 “내년 하반기 2공장 완제시설 완공으로 백신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전 세계 콜레라 퇴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