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호주 제약사 CSL 베링이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인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데자파르보벡)의 국내 사용을 허가했다고 13일 밝혔다.
헴제닉스는 유전적 이유로 출혈이 멈추지 않는 혈우병을 주사 한 방으로 고치는 약이다. 이 약은 48억원(35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첫 치료제로 의약품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에서 원하는 부분을 잘라내고 교정하는 효소 복합체다.
혈우병은 유전적으로 혈액 안에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를 만들어 내지 못해 출혈이 멈추지 않는 병이다. 부족한 응고인자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A와 혈우병B로 분류한다. A는 제8 혈액 응고 인자가, B는 제9 혈액 응고 인자가 결핍된 것이다. 현재 혈우병 치료는 이렇게 부족한 응고 인자를 주사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B형 혈우병 환자가 헴제닉스를 한 번만 맞으면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된다. 환자에게 부족한 제9 응고 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무해한 아데노 바이러스로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약이 간에 도달하면 바이러스에서 유전자가 방출되면서, 간세포가 저절로 제9 응고 인자를 생산한다.
식약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헴제닉스의 품질, 안전성·효과성, 제조와 품질관리기준 등을 심사·평가하며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해 도입을 앞당겼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심각한 중증 질환이나 희소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제가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