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릭스(Dave Ricks)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 /로이터(REUTERS)

미국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의약품 제조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비만 치료제 신약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12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소재 의약품 제조시설 두 곳의 생산 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총 18억달러(약 2조4075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건설 공사 중인 아일랜드 리머릭 공장에 10억달러를, 다른 한 곳인 킨세일 공장에 8억달러를 투입해, 각각 시설을 더 확장하려는 것이다.

이번 투자는 비만 치료 신약 ‘젭바운드’와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키썬라’ 생산 능력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리머릭 공장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썬라 성분 제조 시설이고, 킨세일 공장은 비만·당뇨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성분 제조 시설이다. 이번 투자 확대로 리머릭 공장의 설비 투입 금액은 작년 3월 착공 당시보다 2배 늘어 20억달러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 5월에도 미국 인디애나주 레바논에 대규모 제조시설 단지 건설을 위해 53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독일 알제이에서 25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2027년 생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일라이 릴리는 2020년부터 미국과 유럽에 제조시설을 갖추고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200억달러(약 26조원) 이상 투자했다. 시장 선두 지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 생산 능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두고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양강 구도로 경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 ‘레켐비’와 겨루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약을 판매하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해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키썬라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유럽과 영국에서 승인 추진 절차를 밟고 있다. 경쟁 약인 레켐비가 지난 1월 미국에서 가속 승인을 받아 키썬라를 앞선 상황이다.

비만 치료제의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일라이 릴리와 생산공장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레이튼에 41억달러(약 5조6900억원)를 투자하는 제조시설 증설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2월 세계 3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캐털란트를 115억달러(15조 9874억원)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