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 10일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다음 달 중순 한국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체중을 15% 줄인다는 효과가 확인돼 국내 출시 일정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국내 신문과 방송은 제때 보도하지 못했다. 의약전문지와 학술지에만 보도자료가 배포됐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 한국법인은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유권 해석을 따로 받은 건 아니지만, 국내 규제를 고려한 본사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환자의 알 권리를 막은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보 노디스크가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약사법 때문이다. 약사법 제68조 제6항에 따르면 백신을 제외한 전문의약품은 의학·약학 전문가 대상 매체나 학술지에만 광고할 수 있다. 대중이 주로 접하는 방송이나 신문에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전문약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심한 환자에게 투여되는 만큼, 대중이 관련 정보를 접하면 오인해 오남용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하지만 제약업계나 환자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탓에 환자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고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미디어 환경은 과장·거짓 광고가 판치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을 뿐더러, 환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굳이 매체 종류를 나눠서 자료 제공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부터 약사법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광고·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제약사에 제시했다. 지난 2022년 몇 가지 사례를 추가해 보완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일반에 공개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구분하기엔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자들이 제약사에 의약품 정보를 요청할 때는 회사가 별도의 법적 검토를 거쳐 답변을 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약사 홍보 담당자들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규제에 저촉되지 않도록 매체별 성격에 따라 정보 범위를 나눠야 하는데,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마다 조마조마한 게 사실”이라며 “신약 허가나 출시를 앞둔 회사의 경우 식약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아예 전문매체에만 배포하는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문매체를 의료인만 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위고비 출시 소식은 평소처럼 전문지가 포털 사이트에 공개했다. 기사가 공개되는 경로가 일반 언론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면, 제대로 취재가 되지 않아 오히려 환자의 정보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과장·허위광고는 근절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약이 언제 출시되는지, 기본적인 성분과 효능이 무엇인지 알리지 않는 것은 환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수준까지 환자에게 공개해야 할지 의료계나 환자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기준을 통일하고,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