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왼쪽)과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 조선DB

한미약품(128940)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고(故) 임성기 회장의 아내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중국 베이징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업계는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중국으로도 번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현지 법인인 북경한미는 모녀와 경쟁 중인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 사내이사가 오랫동안 이끌었다.

5일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이 이날 인천발 베이징행 항공편을 통해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모녀는 다음 날 오후 다시 귀국할 예정이다.

모녀는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대주주 3자 연합을 이뤄 장남과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와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는 입장이고, 형제 측은 장남이 핵심 사업회사, 차남이 지주사를 맡아 경영하겠다는 생각이다.

모녀는 형제를 경영에서 배제하기 위해 ‘북경한미-룬메이캉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내사를 하고 있다. 장남이 최대 주주인 코리그룹이 룬메이캉을 통해 북경한미와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북경한미약품 회장직을 맡아온 송영숙 회장이 딸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출장길에 오른 것은 이 내사와 관련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북경한미약품 자동화창고 전경./북경한미약품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관련 회사들의 연결고리를 보면 이해된다. 한미 창업주 일가의 장남은 지난 2009년 홍콩에 설립한 코리그룹의 회장이다. 코리그룹의 계열사 17개 중 하나가 오브맘홍콩이다. 이 회사가 100% 소유한 북경룬메이캉은 중국에서 북경한미 생산 의약품을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유통했다. 장남은 2004년부터 북경한미에서 근무했고, 2006년 총경리(사장), 2008년 동사장(이사회 회장)을 지내, 장남이 두 회사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형제 측은 이번 모녀 중국 출장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내사보다 대표 임명에 대한 현지 불만을 무마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장남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자신을 북경한미 동사장(대표이사)에 올린 ‘셀프 임명’을 문제 삼았다. 북경한미 동사장 임명은 최대주주인 한미약품 이사회 결의 사항이지만, 박 대표는 지난 3월쯤 직접 자신을 북경한미 동사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장남은 지난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셀프 임명을 문제 삼아 임해룡 북경한미 총경리를 동사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이 모녀 측의 반대로 부결되자 장남은 지난 4일 박재현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했다.

장남 측 인사는 “임종윤 이사가 북경한미 동사(이사) 자격으로 다른 동사들에게 박 대표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사실을 알렸다”며 “송영숙 회장이 등기상으로는 여전히 북경한미 동사장으로 돼 있어 고발 건을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허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