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신규백신(화이자 XBB.1.5)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접종하고 있다./뉴스1

최근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KP.2′를 표적하는 최신 버전의 백신이 나왔지만, 오는 10월 시작되는 국내 접종에는 사용이 어려워졌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 유행했던 ‘JN.1′ 변이 표적 백신을 공급하기로 해당 회사들과 지난달 계약을 마쳤기 때문이다. 현재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KP.2와 KP.3 변이는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해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JN.1 변이 백신의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바이온텍과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KP.2 변이를 표적하는 새로운 코로나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오는 9~10월 업데이트 된 코로나19 백신과 독감백신을 함께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종으로 파생되며 확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JN.1이 우세했고, 이후 올 5~6월 JN.1의 하위 변종인 KP.2를 거쳐 지난달부터는 같은 계통의 KP.3가 우세종이 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KP.3가 가장 높은 비중인 45.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KP.2가 15.8%, JN.1이 14.6%, JN.1.16이 10.4% 순으로 많았다.

백신 개발사들도 변이의 빠른 진화 속도에 맞춰 백신 업데이트에 속도를 냈다.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들 회사에 JN.1 변이 표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KP.2 변이가 우세종이 된 지난 6월 FDA는 KP.2 방어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약 두 달 만에 JN.1에서 KP.2 표적으로 업데이트했다.

현재 우세종은 KP.3이지만, FDA는 KP.2와 KP.3 모두 ‘플러트(FLiRT)’라는 같은 계통의 변이로, 둘 중 하나만 표적해도 접종 시 비슷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국내에서 사용될 백신은 이들과 관계가 없다.

질병청은 올 가을 접종에 사용할 화이자 백신 532만 회분, 모더나 백신 200만 회분, 노바백스 32만 회분, 총 755만 회분을 지난 달 계약했다. 이들 백신은 모두 JN.1 변이를 표적하고 있다. KP.3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이전 버전의 JN.1 변이 표적 백신을 맞는다는 말이다.

미국 CDC에 다르면 현재 유행하는 KP.2·KP.3 변이와 이전 변이들의 증상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KP.2·KP.3는 면역을 회피하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면역 회피 능력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 회피란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 반응 시스템을 피하는 것으로,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있거나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도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할 경우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즉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하다는 것은 전파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JP.1 백신을 접종해도 KP.2·KP.3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정익 질병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이번에 들여오는 백신은 KP.3의 조상격인 JN.1을 예방하는 백신인 만큼, 현재 유행하는 KP.3, KP.2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KP.3 변이가 면역 회피 능력은 강해도 중증화율·치명률이 JN.1 변이 등 이전 다른 변이와 큰 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증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JN.1 표적 백신이라도 접종이 필수적이지만, 접종해도 감염될 확률이 높아 전보다 확산세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유행하는 KP.3가 JN.1의 자식 격이라면, 올 겨울에 나올 다음 변이는 JN.1의 손주 격”이라며 “가장 업데이트된 백신이 이미 나왔는데, 우리는 구형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KP.3 변이 등장을 경고했는데, 코로나 5년차를 겪는 정부가 너무 급하게 대응했다”며 “재감염률이 비교적 높아져 확산세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가 진화하는 속도를 아직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우리는 조금씩 우세종에 뒤쳐진 백신을 공급받고 있다”며 “물론 중증도와 입원환자 비율을 줄이려면 접종이 무조건 필요하지만, 베스트 옵션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