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잇따라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했지만, 개발 난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려 포기한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발을 뺀 자리에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중항체 신약의 선두 주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포기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텍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중항체 항암신약인 GEN1046의 개발 중단을 알렸다. 브리스톨 마이어스-스큅(BMS)도 아제너스로부터 도입한 이중항체 신약을 반환했다. 지난 8일 미국 컬리넌 테라퓨틱스는 중국 하버 바이오메드로부터 도입한 이중항체 신약 CLN-418의 연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중항체는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노려 기존 단일항체 면역항암제보다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개발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특정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와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연결해 설계하기 때문에 단일 항체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힘들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이중항체 신약은 질환별로 황반변성 2종, 혈액암 4종, 고형암 2종, 희소질환 1종 등 총 9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루츠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이중항체 시장은 지난해 7조 8000억원 규모에서 2035년 23조 3772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한계점에 부딪혔다.
이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이중항체 신약 개발 속도를 더 내고 있다. 선두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맵 바이오파마와 이중항체 신약인 ABL503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고형암 환자 53명 중 완전관해(암세포가 모두 없어진 상태) 1건과 부분관해(측정 가능한 종양 크기가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 6건을 확인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ABL503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면역회피 단백질과 면역세포 표면의 단백질을 동시에 공략한다. 암세포는 면역회피 단백질로 자신을 정상 세포로 위장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ABL503은 먼저 암세포의 단백질과 결합해 이런 위장 전술을 무력화시킨다. 동시에 면역세포의 단백질과도 결합해 이미 결합한 암세포로 데려와 공격시킨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지금은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어서 고형암에 많은 면역회피 단백질과 면역세포의 단백질을 동시에 공략한다”며 “위암 치료제로 개발 목표를 좁히면 위암세포의 면역회피 단백질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 시험을 마친 후, 위암, 난소암 위주로 이중항체의 공략 암종을 좁혀나갈 예정이다.
한독(002390)도 파트너사인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와 이중항체 기반 담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최근 임상 2·3상 시험 환자 등록을 마쳤다. 유한양행(000100)도 자회사인 프로젠(296160)과 이중항체 신약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첫 번째 과제로 면역항암제 이중항체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