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 길버트 린지 플라자에서 열린 'KCON LA 2024'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올리브영

한국 화장품 K뷰티의 인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리브영 입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화장품 편집숍인 올리브영이 국내외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해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K뷰티 성지'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매출을 늘려 수익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올리브영 입점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보툴리눔 톡신 전문기업인 메디톡스(086900)가 화장품 브랜드 '뉴라덤'을 올리브영 공식 온라인몰에 입점시킨 데 이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지놈앤컴퍼니(314130)의 '유이크'도 진출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수출로 이어지는 중요한 판로"라며 "최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라이즈를 유이크 모델로 발탁한 것과 동시에 올리브영 입점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입점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더마코스메틱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0% 늘었다. 더마코스메틱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과 피부 과학을 의미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를 합성한 말로 의약품 성분이나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말한다.

앞서 유한양행(000100)도 지난 3월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 '딘시' 제품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회사에 따르면 딘시는 올리브영 온라인몰 입점 이후 온라인 전체 부문 1위에 오르며 2030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렇다 보니 화장품 사업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에 올리브영 입점은 필수 관문이 되고 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상품이 이른 시일 내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올리브영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을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모두 온라인 판매에서 시작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마다 계약 조건은 다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려면 온라인몰 판매 기록과 소비자 반응을 비롯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량을 늘려 오프라인 매장 입점까지 성사하려면 홍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더 큰 수익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식이 된다.

입점 대상 기업에 부과하는 수수료도 비용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올리브영에 입점한 더마 제품은 '오늘의 특가' 등 여러 프로모션에 참여하다 보니 사실상 입점 수수료가 60%까지 올랐다"며 "기존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화장품 제품들과 경쟁하려면 마케팅 비용을 더 쓸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했다. 정확한 수치를 낼 수 없지만 기존 화장품 브랜드는 그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할 때 하나의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일찍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성공한 제약사인 동국제약(086450)이 대표적인 예다. 대표 제품인 연고제 '마데카솔'의 분말 원재료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의 효능을 활용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국제약은 2015년 홈쇼핑으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홈쇼핑 역대 기록 1위인 140회 전량 매진을 기록하며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덕분에 신세계·현대·롯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혔다. 신세계백화점에는 자체 화장품 전용 매장도 열었다.

제품이 입소문을 타자 회사는 온라인 확대에 주력했다. 자사 몰인 DK샵을 열고, 네이버 스토어, 카카오 쇼핑하기, 쿠팡, 11번가, 올리브영 등 다양한 오픈마켓에 입점했다. 현재 동국제약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45%이다. 해외 채널도 미국 아마존·코스트코, 일본 큐텐·라쿠텐, 중국 티몰 등으로 다양하고, 현지 파트너사와 계속해서 유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올 6월 기준 센텔리안24 브랜드의 누적 매출은 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해서 효과를 느껴야 입소문을 타게 되는 만큼, 오프라인 경험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기존에 알려진 제품이 아닌 새로운 브랜드라면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홍보 전략을 펴기보다 팝업스토어를 비롯한 오프라인 행사에 투자하는 게 더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