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가 미국에 대규모 제조시설을 증설한 데 이어, 본사가 자리한 덴마크에도 대규모 제조시설을 짓기로 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생산하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것이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이달 초 덴마크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오덴세에 80만㎡(약 24만5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측은 오는 2030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이며 부지의 구체적인 용도는 내부 검토를 거친 후 연말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최근 위고비를 포함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의 공급 부족과 향후 GLP-1 의약품 시장 성장 가능성을 미루어 볼 때 오덴세 공장에서 위고비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노보 노디스크가 당국에 제출한 환경보고서에는 해당 부지에 주사 펜을 채우는 공정이 포함될 것이라고 적혔다. 위고비가 주 1회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인 점을 고려하면 위고비 생산 가능성이 크다.
위고비는 선풍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라스 프루에르가드 요르겐센(Lars Fruergaard Jørgensen) 노보 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급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업체의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수요가 상당 기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공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레이튼에 41억달러(약 5조 6900억원)를 투자해 제조시설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세계 3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캐털란트를 115억달러(약 15조 9874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톈진의 제조시설 증축에 5억5600만 달러(약 7709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곳 역시 회사 측은 어떤 의약품을 생산할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위고비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위고비 생산이 확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도 덴마크, 아일랜드, 프랑스 등 9개 나라에 이미 생산시설을 갖춘 데 이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와 GLP-1 의약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일라이 릴리도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5월 53억달러(약 7조 3500억원)를 들여 미국 제조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을 새로 짓는 한편 위스콘신주에서는 넥서스파마의 제조시설을 사들였다.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오는 2027년, 위스콘신 공장은 연내 가동할 계획이다. 독일에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
두 회사가 공격적으로 제조 시설을 늘리는 이유는 폭발하는 수요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릴리는 20% 늘었다. 글로벌 20대 대형 제약사 가운데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두 곳뿐이다.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업체인 이벨류에이트파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이은 연평균 30% 성장해 오는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이나 당뇨 외에도 다른 질병 치료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큰 점도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검을 높였다. 비만과 관련이 깊은 대사증후군은 물론,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수면무호흡증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이날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위고비를 과체중·비만 성인의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지난 3월 같은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양국에서의 승인은 위고비를 투여한 그룹이 위약을 투여한 그룹에 비해 주요 심혈관 계통의 발병 위험을 20% 줄였다는 1만7604명 대상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