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특허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 이후에 대비해 여러 유형의 개량 특허를 출원하는 ‘에버그린 전략’을 펼치며 복제약(제네릭) 시장 진입을 막기 시작했다. 복제약 기업들은 이를 회피할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6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아일리아(eylea) 특허 분쟁으로 살펴본 바이오 제약사의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보고서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제약기업뿐 아니라 신약 개발 제약 회사도 다양한 특허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아일리아는 미국 제약기업 리제네론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이다. 작년 기준 전 세계 매출액이 94억달러(약 13조원)로 관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아일리아의 물질 특허가 미국에서 작년 11월, 한국에선 올해 6월 만료됐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잇따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천당제약(000250), 셀트리온(068270), 알테오젠(196170)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미국 암젠, 인도 바이오콘 등이 있다.
그러자 특허 만료로 매출 절벽 위기에 놓인 리제네론이 반격에 나섰다. 물질특허 만료 이후에도 독점 기간을 연장하는 에버그린 전략을 펼치며 소송을 줄줄이 제기했다. 이 회사는 물질뿐 아니라 제형, 투여요법, 정제방법과 배지에 관한 특허 등을 모두 세분화했다.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는 2027년, 투여요법 특허는 2032년, 정제방법과 배지특허는 2040년 만료될 예정이다.
이를 근거로 리제네론은 바이오콘,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회사를 상대로 제형·공정 특허 침해 소송을 각각 제기해 법정 공방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리제네론은 기존 2㎎ 제품 용량을 8㎎으로 늘린 고용량 아일리아을 출시해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을 대비하고 있다. 복제약 개발 기업 입장에선 특허 분쟁으로 인해 출시 일정이 밀리고 소송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이중 리스크가 생겼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이번 아일리아 특허 분쟁 사례는 제약사들의 특허 전략 수립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바이오시밀러 제약사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회피 설계와 철처한 특허 전략 수립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복제약 업체가 에버그린 전략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사례도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암젠과 삼천당제약, 알테오젠 3곳은 자체 개발한 제형으로 특허를 확보해 오리지널 제약사의 제형 특허침해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회피가 불가능하므로, 미국 허가 신청 전에 무효 또는 비침해 1심 판결을 확보해 조기 시장 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최초 시장 진입을 통한 복제약 시장 선점이 중요한 복제약 개발사 입장에서 물질특허 만료일 직후 출시를 목표로 개발·임상,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제형·공정 특허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투여요법에 대해서는 무효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오리지널 의약품 신약 개발사는 물질 특허뿐 아니라 복제약 약물의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에 관한 개량 특허 확보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