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체중 감량 효과를 최대 5배나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는 효율을 높이고, 약물에 민감한 환자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픽사베이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체중 감량 효과를 최대 5배나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는 감량 효율을 높이고, 약물에 민감한 환자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뇌에 있는 특정 단백질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의 효과를 늘리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알아냈다고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연구저널’에 발표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모두 GLP-1 계열 약물이다. 이 약물은 위,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흉내 내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나왔다.

위고비는 최대 15%, 젭바운드는 최대 25.3% 체중을 줄인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환자는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하고도 다른 사람만큼 극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못 보기도 한다.

미시간대 연구진은 뇌세포 표면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멜라노코르틴’ 수용체에 주목했다. 그중 멜라노코르틴3수용체(MC3R)와 멜라노코르틴4수용체(MC4R)는 식욕을 조절하고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MC4R은 장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MC3R은 반대로 식욕을 느끼게 한다. GLP-1은 물론, GLP-1 계열 약물도 MC4R과 작용해 식욕을 줄인다.

연구진은 이들 수용체를 차단하거나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GLP-1 계열 약물의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MC3R이 유전적으로 결핍된 쥐와 MC3R의 활동을 차단시킨 쥐, MC4R의 활동을 늘린 쥐를 대상으로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MC4R의 활동을 늘리는 일은 MC3R을 억제하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다.

그 결과 세 가지 경우 모두 쥐들은 GLP-1 계열 약물만 투여한 쥐에 비해 식욕이 줄고 체중도 최대 5배나 줄어들었다. 로저 콘(Roger Cone) 미시간대 생명과학연구소장은 “뇌에 있는 멜라노코르틴을 활성화하면 GLP-1 뿐만 아니라 GLP-1 계열 약물 효과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했을 때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뇌 부위의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GLP-1 계열 약물이 활성화한 MC4R과 결합했을 때에도 뇌에서 메스꺼움 유발 부위의 활동이 증가하지 않았다. 즉,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줄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할 때 MC3R을 억제하거나 MC4R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병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GLP-1 계열 약물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도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이 약물을 기존보다 적게 투여해도 이전 양만큼 효과를 볼 수 있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콘 소장은 “멜라노코르틴은 쥐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있는 수용체”라며 “이번에 쥐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2024), DOI: https://doi.org/10.1172/JCI178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