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조선비즈DB

국내 바이오 기업인 오름테라퓨틱이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에 신약 개발에 쓰는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 기술을 수출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데 이은 두 번째 성과다.

오름테라퓨틱은 버텍스와 TPD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는 글로벌 다중 타깃 라이선스·권리(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오름테라퓨틱은 선급금 1500만달러(약 207억원)을 받는다. 또 최대 3개 표적(타깃)에 대해 각각 최대 3억1000만달러(약 4291억원)의 추가 권리와 기술료(마일스톤)를 받을 수 있다. 추후 글로벌 연간 순 매출에 대한 단계별 로열티도 지급받는 조건이다.

1989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버텍스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편집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효소 단백질 복합체이다. 이 회사의 15일 기준 시가총액은 1266억달러(175조 878억원) 규모다.

2016년 대전에서 설립된 오름테라퓨틱은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꼽히는 TPD를 보유하고 있다. TPD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또는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골라 이를 제거하거나 비활성 시키는 기술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버텍스는 오름테라퓨틱의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플랫폼인 ‘TPD 스퀘어’를 활용해 유전자 편집 약물을 환자에게 주입하기 전에 골수 환경을 깨끗이 하는 전처치제를 발굴한다. 모든 연구, 개발·상업화는 버텍스가 담당한다.

버텍스는 오름테라퓨틱의 TPD 기술을 사용해 개발된 분해제-항체접합체(DAC)에 대해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권리를 갖는다. 연구, 개발, 제조, 상용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권리도 포함됐다.

TPD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이 목표물을 선택적으로 표적해 최종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거나 발현을 방지하는 신약 개발 기술이다. DAC는 ADC와 비슷한 개념인데 항체에 항암 약물 대신 TPD를 접목한 기술이다. 즉 항체와 단백질 분해제를 결합해 암세포에 전달하고, 세포 안에 있는 표적 단백질을 분해하고 종양 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창업자·대표는 “버텍스는 혁신적인 의약품 발굴과 개발에 있어 선두 주자”라며 “버텍스가 신규 표적 전처치제 발굴을 위해 오름의 TPD 기술을 선택해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버텍스와의 이번 계약은 새로운 적응증 영역에서 우리의 선도적인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을 적용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텍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98억 7000억만달러(약 13조 4705억원)를 기록했다.

한편, 오름테라퓨틱은 작년 11월 BMS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후보인 ‘ORM-6151′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과 추후 받게 되는 추가 마일스톤을 합쳐 총 1억 8000만 달러(약 2489억원)에 이른다. 이 중 계약금 1억 달러(약 1382억원)를 먼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