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지난 3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임종윤 측 제공

한미약품 경영진이 중국 법인인 북경한미약품에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내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 회사를 대표를 지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측은 “볼썽사나운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임 이사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회장의 장남이다.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임종윤 이사가 실소유한 회사가 북경한미와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임종윤 이사 측 관계자는 내부 단톡방에 “(한미약품 경영진이)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감사위원회를 열고 20년 전 일을 감사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임종윤 이사가 북경한미에서 근무하던 십여년 동안 북경한미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 5월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에 대비해 이 관계자를 비롯해 북경한미 출신 임원진들을 한미약품의 임원들로 선임하는 조직 개편안을 공개했다.

북경한미는 임종윤 이사가 최대주주인 코리그룹과 부당내부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코리그룹의 손자회사인 룬메이캉(RMK)이 북경한미가 생산한 의약품을 싸게 사들이고 수수료를 붙여 팔면서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 2004년부터 북경한미에서 근무했고, 2006년 총경리(사장), 2008년 동사장(이사회 회장)을 지냈다.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5일 저녁 임원진들에게 “감사위원회에서 북경한미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종윤 측은 “(논란이 된) 룬메이캉(RMK)이 설립된 것은 생전 임성기 회장이 북경한미를 이끌었던 지난 2007년”이라며 “이를 부당내부거래로 끄집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 한미약품은 매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상장사”라며 “이번 사안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한미약품을 감사한 회계법인이 지난 17년 동안 부적절한 감사보고서를 냈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 2006년 북경한미 동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미약품의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2009년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6년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사장 단독 대표이사로 올랐다. 이 관계자는 “룬메이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오브맘홍콩은 임종윤 이사는 물론이고, 고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부회장,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이번 조사는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추진됐다.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은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과 손잡고 장·차남인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경영권을 두고 다퉈왔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형제가 승리하면서 경영권이 형제 쪽으로 굳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형제 쪽이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형제 편에 섰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와 손잡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 주말 유럽에서 귀국했으며, 이번 주 초 신 회장과 만나 담판을 지을 계획이다. 임종윤 이사는 신 회장과 송 회장이 손을 맞잡은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약품그룹 투자 유치 작업에 훼방을 놓으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임종윤 이사 측 관계자는 “임종윤 이사가 추진해 온 투자 유치 작업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