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은 호중구 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의 미국 시장 성공 사례를 발판삼아 중화권·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까지 글로벌 시장 확장에 도전하고 있다.
롤론티스는 항암 치료로 백혈구 대부분인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든 환자에게 쓰는 약이다. 호중구는 혈액에 병원체가 침범했을 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호중구가 줄어들면 감염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호중구 감소증은 약물이나 방사선으로 항암 치료를 할 때 부작용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신약개발기업인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 수출한 뒤 공동 개발해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33호로 허가 받았고, 이듬해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도 받았다. 롤베돈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약 600만달러(약 8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예상 매출은 1억달러(약 1340억원)에 이른다.
호중구 감소증을 치료할 때는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쓴다. 한미약품은 독자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활용해 G-CSF 단백질의 효율을 높였다. 랩스커버리는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약효 지속 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 늘려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해 롤론티스의 투약 횟수를 기존의 치료제보다 획기적으로 줄였다.
롤론티스는 바이오 의약품 신약 개발에 오랜 공을 들인 한미약품의 성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 후반 염소의 유전자를 변형해 젖을 통해 G-CSF를 생산하는 실험적 연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가 상용화까지 연결되진 않았지만, 축적된 연구 역량과 교훈이 지속형 G-CSF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800억원대, 글로벌 시장은 3조원대로 추정된다. 롤론티스의 해외 판권은 한국·중국·일본·아시아·아프리케를 제외하면 스펙트럼을 인수한 미국 제약사인 어썰티오가 갖고 있다. 당초 한미약품은 한·중·일 지역 판권을 제외하고, 모두 스펙트럼에 넘겼는데, 지난달 어썰티오와 재협상을 통해 글로벌 판권을 조정하기로 했다. 지역 판권 조정에 따라 어썰티오는 미국 시장에서 롤베돈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임종훈 한미약품 대표는 “롤론티스는 한국의 33번째 신약이자, 항암 분야에서 바이오 신약으로 FDA 허가를 받은 첫 번째 제품이기도 하다”며 “롤론티스 개발 욕사를 통해 얻은 한미의 독창적 연구개발(R&D) 역량은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져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